무역전쟁으로 시장심리 악화…'주가 고평가' 지적도 나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세계 4위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小米)의 주가가 홍콩 거래소 상장 첫날인 9일 약세를 면치 못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상장가가 17홍콩달러인 샤오미는 이날 16.6홍콩달러로 거래를 시작했다.
주가는 장중 한때 6% 폭락해 16홍콩달러로 떨어지기도 했다. 종가는 16.8홍콩달러로 상장가보다 1.2% 낮았다.
이날 홍콩증시가 1.3%의 강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참담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샤오미의 상장가인 17홍콩달러는 상장 가격대로 제시된 17∼22홍콩달러 중 가장 낮은 가격이었다.
2010년 레이쥔(雷軍) 회장이 창업한 샤오미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2015년 점유율 15.1%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후속 주자들에게 밀려 점유율이 하락하자 인도 등으로 본격적인 시장 다각화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1분기에는 스마트폰 2천700만대를 출하해 세계시장 점유율 7.5%로 삼성, 애플, 화웨이에 이어 업계 4위로 뛰어올랐다. 중국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화웨이, 오포, 비보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샤오미는 이번 상장에서 1천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0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익에 비교해 주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일었고, 샤오미는 상장가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상장가로 최종 결정된 17홍콩달러를 적용하더라도 샤오미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9배로, 세계 최고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애플의 14.8배보다 훨씬 높다.
결국, 샤오미는 543억 달러의 기업가치밖에 인정받지 못했고, 상장으로 조달할 자금도 상장비용을 제외할 경우 31억 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역전쟁이 악화하면 중국 기업의 수익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최근 홍콩, 상하이, 선전 등 중국 내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애플 캐피털의 알렉스 웡 자산관리임원은 "샤오미 상장은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불운한 시기에 이뤄졌다"며 "투자자들은 이러한 시기에 시장에 발을 담그길 꺼린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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