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편승해 무무소 등 파죽지세 사업확장…"한국 이미지 훼손 우려"
"글로벌 마케팅·소싱의 일종…제동 걸기 힘들어" 의견도
(하노이·터키·서울=연합뉴스) 민영규 하채림 특파원 김기성 기자 = "무무소가 중국계라고요? 당연히 한국 브랜드인 줄 알고 친구들과 같이 왔는데…"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아시아쪽에 있는 대형쇼핑몰 '테페 노틸러스'에서 연합뉴스 취재진과 만난 소비자들은 생활용품 브랜드 '무무소'가 한국 브랜드가 아니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들이 쇼핑하러 찾은 무무소 매장 간판에는 '코리아'(KOREA) 단어와 웹사이트 주소에서 한국을 드러내는 '닷케이아르'(.KR) 표기가 선명했다.
진열대에는 한국어 명칭이 쓰인 화장품과 생활용품이 즐비하다.
그러나 무무소는 한국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중국 유통업 브랜드다.
이들 '짝퉁' 매장은 국제사회에서 날로 높아지는 한국 대중문화 인기에 편승해 베트남과 필리핀은 물론 호주, 터키와 중동, 멕시코, 러시아 등에까지 속속 들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확산하는 '가짜' 한국매장 = 베트남에서 한국의 매장을 흉내 낸 무무소(MUMUSO)와 일라휘(ilahui) 등 중국계 상점은 거의 100개에 달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코트라(KOTRA)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무궁생활'이라는 한글 상표와 한국을 뜻하는 'Kr'을 브랜드에 붙인 무무소는 2016년 12월 베트남에 진출, 하노이와 호찌민 등 전역에 27개 매장을 열었다.
무무소는 자체 웹사이트에 한복을 입은 여성들을 올려놓고는 "무무소는 패션에 특화한 한국 브랜드"라고 소개하고 있다.
실제 2014년 상하이에서 설립된 무무소는 또 "한국, 호주, 필리핀, 중국, 말레이시아 등 수많은 국가에 체인이 있다"며 한국 특허청에서 받은 것이라며 홈페이지에 무무소와 무궁생활 상표등록증을 올려놓기도 했다.
2016년 9월 베트남에 진출한 일라휘도 'Korea'(한국)를 브랜드에 붙인 채 현재 28개 매장을 개설했다. 일라휘는 "2010년 설립해 아시아에 1천 개 이상의 매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에서도 무무소는 같은 기간 38개의 매장을 열었다. 필리핀 마닐라 매장의 한 직원은 서울에 둔 회사 주소가 거짓임이 밝혀졌음에도 "우리는 한국회사"라는 주장을 폈다고 FT는 전했다.
터키에서도 지난해 영업을 개시한 무무소는 성업 중이다. 무무소는 최근 유력 현지 언론 '휘리예트'로부터 '한국 브랜드'로 소개됐다.
터키 무무소 아시아(테페 노틸러스 쇼핑몰) 매장에서 만난 미라이(22·여)는 연합뉴스에 "영화에 나온 한국인 배우를 보고 나서 한국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한국 것이리라 기대한 이 매장이 중국계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무무소는 아랍에미리트(UAE) 홈페이지에서는 버젓이 한국 패션점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러시아와 멕시코에서도 활동에 들어갔다.
한국 아이돌 가수의 음악을 종일 틀어놓은 이들 매장은 어설픈 한국어가 적힌 중국산 저가제품을 대거 팔고 있으며 상당수는 우리나라나 일본 유명 상품을 모방하는 실정이다.
현지인들은 이들 매장이 한글을 사용하는 등 마치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한국 브랜드의 이미지 훼손마저 우려된다.
한국인 유학생 정찬혁(24·이스탄불대학)씨는 "우스꽝스러운 표기를 한 저가제품을 보니 품질도 미심쩍다"면서 "한국이나 한국산 제품에 관한 오해가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한국 매장' 위장, 왜? = 중국계 업체들이 한국업체로 위장하는 이유로는 아시아 내 한류의 확산이 꼽힌다. 최근 한국의 음악과 영화, 드라마는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특히 최근 인기가 치솟은 한국 화장품의 경우 전 세계 매출이 2009년 4억5천100만 달러(5천억 원)에서 지난해 40억 달러(4조4천500억 원)로 급증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무무소 매장을 한국 브랜드로 알고 찾은 메일리 타불라는 FT에 사람들이 한국 사람에 대해 말할 때는 "고품질 뷰티 제품을 생각한다"며 한국인들의 피부를 먼저 떠올린다고 말했다.
K팝 팬이라는 하이디 고페즈도 브랜드 때문에 매장을 찾게 됐다며 "한국 분위기 때문에 매장에 들어갔다"라고 밝혔다.
한류 이외에 한국이 일본과 달리 이들 지역과 역사적인 응어리가 적고, 중국처럼 영토분쟁에 휩쓸리지 않는 점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대책은 없나? = 한국 무역 관계자들은 최소한 베트남에서는 한국매장으로 위장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고 FT는 전했다.
코트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짝퉁 제품의 유통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경우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아직 초보 단계라 이를 강력하게 단속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코트라 호찌민무역관 관계자는 "한국이나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 평판이 나빠지지 않도록 특허청이 베트남 시장관리국, 지식재산권국과 국장급 회담 등을 통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국의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화장품 등 일부 제품이 중국계 매장에서 철수하고 있다"면서 "베트남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조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중국 자본의 상술이 어처구니없지만 명백히 베낀 제품 외에는 달리 불법 영업이 아니어서 경쟁력 있는 한국업계가 진출하는 것 외에 달리 제동을 걸 만한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이스탄불 무무소 매장에서 만난 매니저 케렘은 "무무소가 디자인은 한국에서, 생산은 중국에서 하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전에 일한 '에이치앤드엠'(H&M)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모두 글로벌소싱(국제 분업)을 하는데 기업의 그런 방식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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