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앱의 두얼굴…모잠비크를 모바일 마약유통대국으로 키웠다

입력 2018-07-10 17:23  

왓츠앱의 두얼굴…모잠비크를 모바일 마약유통대국으로 키웠다
신속·정확·안전한 아프간→유럽 헤로인 중간배달서비스
연간수출 최소 6억불·수익 1억불 자랑하는 국가기간산업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암호화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 사생활을 보호하며 소통할 수 있게 고안된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
그러나 남동 아프리카 모잠비크는 왓츠앱의 신속·정확하고 안전한 기능 때문에 마약유통 대국으로 급성장하는 아이러니를 노출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런던정치경제대학의 조지프 핸론은 최근 보고서에서 모잠비크가 헤로인 국제거래의 주요 운반통로로 성장한 데 왓츠앱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고 지적했다.
핸론은 모잠비크의 헤로인 수출액은 연간 6억∼8억 달러(약 6천700억∼8천900억원)로 추산했다.
이는 모잠비크의 최대 수출품인 석탄(약 7천700억원)과 비슷하거나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체 헤로인 수출에서 모잠비크에 이익이나 뇌물, 집권당에 대한 상납비로 떨어지는 돈은 1억 달러(약 1천115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모잠비크가 유통하는 헤로인의 출발지는 아프가니스탄, 목적지는 유럽이다.
아프간산 헤로인은 파키스탄 남서부 해안을 거쳐 20m 길이의 돛단배로 모잠비크 북부 해상에 도착한다.
그러면 모잠비크의 소형 선박들이 다시 이를 나눠 싣고 지역 창고들로 물건을 이송한다.
여기서 헤로인은 재포장돼 여러 소형 트럭에 실린 뒤 육로로 3천㎞를 달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옮겨진다.
남아공으로 몰려던 브로커들은 헤로인을 최종 목적지인 유럽으로 운반하게 된다.
헤로인 1t을 실은 돛단배는 연간 약 40차례 모잠비크 북부 해안에 당도하고 있다.
줄잡아 t당 1천500만∼2천만 달러(약 167억∼223억원)로 계산하면 모잠비크는 연간 6억 달러 이상의 거래를 하는 셈이다.


모잠비크가 지난 20년간 버젓이 마약을 거래할 수 있던 근본적 원인은 정부관리와 정치인들의 비호다.
그러나 최근 마약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왓츠앱을 통해 중간 운반책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는 변화에 있었다.
핸론은 모잠비크 내 헤로인 거래는 2000년 이래 정식 등록된 수입상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프리랜서 브로커'들에 의해 덜 조직화한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사용범위가 모잠비크 북부 지역으로 확대되고 암호화된 문자 교환이 가능한 왓츠앱 사용인구가 늘어나면서 마약 거래상들은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를 이용하듯 손쉽게 다수의 브로커에게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즉, 트럭 운전사나 선박 소유주들은 마약을 어디서 건네받고 어디로 운반하며 수수료를 어떻게 수령할 지 메신저를 통해 연락받게 된다.
게다가 송수신되는 문자는 암호화되어 누가 문자를 보내고 받았는지 알 수 없으며 문자발신 위치도 추적이 불가능하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트럭 운전사들은 경찰을 대동하고 검문소마다 검문 없이 통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출발 전 일정 금액을 받고 검문소마다 뇌물을 건넨 뒤 남은 돈을 수수료로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암호화된 메신저 앱을 사용하면 유럽의 구매자는 앱에 연결된 불특정 브로커들을 상대로 클릭 한 번으로 주문을 내릴 수 있어 손쉽게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공급자는 주문이 들어오면 각 물량을 한데 모아 돛단배에 실을 1t의 분량을 취합하여 모잠비크 내 집하소를 마련하고서 왓츠앱을 통해 현지 브로커를 모집하고 각 주문지로 배송될 물량을 정리해 요하네스버그로 운송하게 된다.
결국, 모잠비크에서의 마약 거래는 세계 각국의 회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이루어지는 일반 상품거래와 비슷한 형태를 갖춘 만큼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airtech-ken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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