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가장 전투적인 대통령 보좌하다 시민들의 기하급수적 도전에 직면"
트럼프, 꼬리 내리는 보좌진에 불만 표출…"물러서지 말라"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켈리엔 콘웨이부터 스티븐 밀러까지, 트럼프의 보좌관들이 워싱턴DC 주변에서 야유꾼들의 조롱에 직면해 있다."
미국 유력 일간신문인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행정부 고위인사들이 공공장소에서 겪었던 봉변 사례를 열거하면서다.
과거 미 행정부에서도 고위직에 대한 정치적 반대자들의 욕설과 조롱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유독 많다는 게 WP의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지난해 워싱턴DC로 이사온 직후 동네 슈퍼마켓에서 봉변을 당했다. 한 남성이 쇼핑카트를 밀고 오더니 "부끄러운 줄 알라. 가서 거울을 봐"라며 조롱한 것이다.
'무관용' 이민정책의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보좌관 역시 몇 달 전 워싱턴DC 도심인 듀폰서클을 걸어가는데 "좀 잘하라"는 한 행인의 욕설을 들었다.
또 그의 아파트 가로등에는 자신의 얼굴 사진이 찍힌 '수배 포스터'가 나붙기도 했다.
하루는 집 근처 식당에서 스시를 사서 나오는데 바텐더가 따라 나와 "스티븐!"이라고 외치더니 손가락 욕을 하는 상황에 처했다. 밀러는 식당의 누군가가 스시에 침이라도 뱉었을 것이 걱정돼 그 자리에서 버렸다고 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취임 직전 메릴랜드 주 체비 체이스 자택의 이웃들이 자신의 'LGBT(성 소수자) 반대' 정책에 항의하는 무지개 현수막을 내걸어 당황했다.
트럼프 백악관 첫 대변인인 숀 스파이서와 통화했던 한 백악관 출입기자는 수화기 너머로 한 운전자가 스파이서를 향해 욕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스파이서는 당시 구경거리가 되는 게 싫어 외출을 삼갔다고 WP에 말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지난 7일 버지니아 리치먼드의 한 서점에 갔다가 한 여성으로부터 "쓰레기"라는 말을 들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달 22일 가족 7명과 저녁 식사를 위해 버지니아 주 렉싱턴의 식당 '레드 헨'을 찾았다가 '무관용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식당 주인에 의해 쫓겨난 것은 큰 뉴스가 되기도 했다.
이민정책 주무부처인 국토안보부의 커스텐 닐슨 장관도 백악관 근처 멕시코 식당에 들렀다가 손님들로부터 '수치'라고 항의를 받은 뒤 서둘러 식당을 빠져나가는 일을 겪었다.
WP는 현대 미 정치에서 가장 전투적인 대통령인 트럼프의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고작 4%만 득표한 '민주당의 도시' 워싱턴DC에서 기하급수적인 도전들에 직면해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민들과의 이러한 '대결'에서 꼬리를 내리는 보좌진에게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핀잔을 들은 이들 중에는 렉싱턴의 식당에서 순순히 쫓겨난 샌더스 대변인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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