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5세 24명 조사…인슐린 투여량 증가 및 저혈당 억제 효과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구세대 혈압강하제인 베라파밀(verapamil)이 1형(소아)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앨라배마 대학 종합당뇨병센터(Comprehensive Diabetes Center) 연구팀이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 24명(18~45세)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진행한 소규모 임상시험 결과, 베라파밀이 인슐린 투여량 증가와 저혈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9일 보도했다.
이에 앞선 쥐 실험에서 베라파밀이 1형 당뇨병 모델 쥐를 완치시킨 것으로 나타나 1형 당뇨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됐다고 종합당뇨병센터 실장 아나트 샬레브 박사는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3개월 사이에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2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11명)은 혈당을 낮추는 데 필요한 양의 인슐린 주사와 함께 베라파밀을 복용하고 다른 그룹(14명)은 인슐린 펌프를 통한 인슐린 치료만 계속했다.
이와 함께 매일매일의 인슐린 주사량,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생산량의 변화, 장기 혈당을 나타내는 당화혈색소(A1c), 저혈당 발생 빈도 등을 추적 관찰했다.
당뇨병이 진행되면서 두 그룹 모두 혈당이 올라가 인슐린 주사량을 늘려야 했다.
그러나 베라파밀 그룹은 인슐린 투여량이 임상시험 시작 때보다 27%밖에 늘지 않았다. 반면 대조군은 인슐린 주사량을 70% 더 늘려야 했다.
베라파밀 그룹은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의 기능이 유지되고 자체 인슐린 생산량이 늘어나 외부 인슐린 의존이 줄어든 것이라고 샬레브 박사는 설명했다.
베라파밀 그룹은 저혈당 발생 빈도도 대조군에 비해 적었다. 이렇다 할 부작용은 없었다.
이 결과는 베라파밀이 1형 당뇨병 진행에 의한 베타세포의 손상을 멈추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라고 샬레브 박사는 지적했다.
이는 심장근육 세포가 가지고 있는 구조와 동일한 칼슘 경로 수용체를 베타세포도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그는 추측했다.
베라파밀은 1981년에 처음 승인된 칼슘 경로 차단제 계열의 값싼 구세대 혈압강하제이다. 베라파밀은 고혈압 외에 부정맥과 편두통 치료에도 이용되고 있다.
이 소규모 임상시험은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18세 이상의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베라파밀이 소아 환자와 1형 당뇨병을 오래 겪고 있는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샬레브 박사는 말했다.
베라파밀은 1형 당뇨병 외에 2형(성인) 당뇨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 생산이 부족하거나 세포가 인슐린을 활용하는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2형 당뇨병과는 달리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공격, 인슐린이 아주 적게 혹은 거의 생산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이 임상시험 결과는 영국의 의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최신호(7월 9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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