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브렉시트 vs 하드 브렉시트…'내홍' 메이 정부 어디로

입력 2018-07-10 10:41  

소프트 브렉시트 vs 하드 브렉시트…'내홍' 메이 정부 어디로
두 각료 사퇴로 집권당내 갈등 증폭…메이 총리, 정치적 위기에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싼 집권 보수당 내 갈등이 노골화하면서 영국 정치권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내각의 주요 인사인 외무부 장관과 브렉시트부 장관이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안에 반발, 잇따라 사임하면서 메이 총리로서는 다시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몰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두 각료의 사직서를 수리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해, 브렉시트를 둘러싼 심각한 갈등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사임 카드' 반기 = EU 탈퇴 업무를 담당하는 브렉시트부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이 지난 6일 발표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안에 반발하며 전격 사임하자 런던시장을 지낸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도 사직서를 내밀며 가세했다.
두 사람은 메이 총리가 추진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즉 영국이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계획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대신 이들은 EU로부터의 완전한 탈퇴, 즉 '하드 브렉시트'를 요구하고 있다.
데이비스 장관은 메이의 계획은 영국 국민 다수가 EU를 떠나기로 한 2016년의 국민투표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존슨 장관도 브렉시트는 기회와 희망에 대한 것이어야 하지만 "그 꿈은 죽어가고 있고, 불필요한 자기 불신(self-doubt)에 숨이 막혀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하원 연설에서 자신의 계획안은 영국 유권자들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사임한 두 각료의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메이 총리는 또 책임 있는 정부라면 EU 측과의 협정 불발 가능성을 포함해 여러 가지 결과를 준비해야 한다며 남은 협상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이런 준비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엇갈린 반응 = 주요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내홍에 빠진 메이 정부에 화살을 겨누면서 서로 뜻을 모아 행동할 수 없다면 자리를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빈 대표는 "국민투표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고 지적하며 "지난 주말에야 각료들 사이에 협상에 대한 입장에 그럭저럭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48시간 만에 환상이 됐다"고 비판했다고 영국 언론이 전했다.
코빈 대표는 EU 회원국들과 미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아직도 말끔히 정리된 것이 없다며 메이 총리가 각료 사이의 이견을 조정할 수 없다면 27개 EU 정부와의 협상을 어떻게 유리하게 끌고 갈지 의문시된다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절차를 개시하기 전에 의회승인을 얻도록 하는 소송을 제기했던 지나 밀러는 현 정부 내 갈등을 "나라를 뒷전에 둔 정당 내부의 노골적인 싸움"이라며 국익을 해치고 글로벌 평판을 훼손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국 카스비즈니스스쿨의 데이비드 블레이크 교수는 "EU에 완전히 남느냐 아니면 완전히 떠나느냐의 두 가지만 있고, 거기에 중간은 없다"라며 갈등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메이 총리 불신임 투표 가능성 = 메이 총리는 동료 의원들이 불신임안 발의를 하더라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부의 데이비스 장관이 사퇴하자 바로 반(反)EU 색채를 가진 도미닉 랍(44) 주택부 차관을 후임자로 임명했다.
집권 보수당 내에서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발의를 하려면 자신들이 하원에서 확보한 의석(316석)의 15%인 48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로는 메이 총리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하다.
각료들이 추가로 사퇴하면 총리를 끌어내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수 있으며 이미 불신임 발의에 필요한 의원들이 규합됐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메이 총리의 위상이 오히려 강화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리버풀 대학의 존 턴지 교수는 신화통신에 "조기선거가 실시되더라도 메이 총리로서는 지난해 선거 때처럼 과반을 잃는 선거 결과를 받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불신임 투표가 실현되더라도 메이 총리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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