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석학 린이푸(林毅夫) 전 세계은행 부총재가 미국의 무역전쟁 발동이 "불공정한 처사"라면서 중국이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반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린이푸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은 10일 홍콩 성도(星島)일보 등과 인터뷰를 통해 맞불 대응책으로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것 외에도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과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카드'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린 교수는 "미국의 거대 무역적자는 다른 국가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주요 원인은 미국 정부와 가계의 과도한 대출과 소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중국이 되레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부총재를 지낸 린 교수는 중국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세전쟁 발동에 대해 강경하게 맞설 것을 주문했다. 린 교수는 이전에도 미국의 무역적자가 미국의 저축률 감소와 소비 증대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린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시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강행한 다음 중국이 보복하면 추가로 5천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바 있다.
린 교수는 이에 대해 "무역전쟁을 통해 무역적자를 해소하려면 미국도 상당히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기업의 중국시장 의존도를 거론하며 "미국 자동차업체가 미국 현지에서 300여만대를 판매하는데 중국 판매량은 400여만대에 달한다. 중국시장이 없다면 미국 자동차산업은 존재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린 교수는 중국의 대응법으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반격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현재 25%인 관세를 50%에서 75%까지 올린다면 미국 산업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고, 특히 자동차 산업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이 미 국채 매각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린 교수는 "미국의 양적 완화, 저금리가 경제성장을 지탱하며 유동성 과다,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만약 중국이 미 국채를 팔면 미국은 금리 급등, 증시 폭락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냐하면 미국의 발전이야말로 중국에도, 세계에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가치의 하락세에 대해 린 교수는 "시장이 무역전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라며 "중국 인민은행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맞서기 위해 인위적으로 위안화를 절하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안화 가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그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높은 편이고 오랫동안 매년 6%의 경제성장을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위안화 가치는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린 교수는 이어 "중국은 개혁의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면서 "산업 고도화, 내수 확대, 금융개혁, 사회체제 개혁 등의 구체적 조치로 경제활력을 높이고 이번 무역전쟁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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