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 "통보 누락한 담당 간호부사관의 직무태만 징계는 마땅"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군 당국이 심장비대 증세를 보인 병사의 건강검진결과를 제때 통보하지 않은 탓에 해당 병사가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체력단련 중 돌연사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육군 모 부대 소속 A(당시 21세)상병은 2년 전인 2016년 5월 25일 혈압, 혈액, X-ray, 군의관 문진 등 건강검진을 받았다.
A상병은 평소에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이상 증세를 호소했다.
건강검진결과 A상병은 심장비대 증세가 의심됐다. 심장비대는 심장에 지나치게 부담이 가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심장이 커지는 증세다.
그러나 건강검진 업무를 담당한 간호부사관 B씨는 건강검진결과를 A상병과 부대에 통보하지 않은 채 타 부대로 전출됐다.
B씨의 후임자도 A상병의 건강검진결과 통보와 관련한 어떠한 인수인계도 받지 못했다.
두 달여 넘게 건강검진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A상병은 아무런 치료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의 검진결과를 모르고 있던 A상병은 건강검진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인 2016년 7월 31일 오후 8시께 일과 후 자유시간에 체력단련 차원에서 연병장을 뛰다가 호흡곤란으로 갑자기 쓰러졌다.
사고 직후 A상병은 국군 춘천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숨졌다.
부검 결과 A상병의 사인은 심장비대로 인한 급성심장사로 밝혀졌다. A상병의 심장 무게와 좌심실 벽과 심실 사이 중격의 크기는 성인 남성의 정상범위를 초과한 상태였다.
그제야 군은 A상병의 건강검진결과를 소속 부대와 해당 병사에게 제때 통보하지 않은 간호부사관 B씨에게 직무태만 등의 책임을 물어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에 항고해 B씨의 징계 수위는 감경됐으나 이마저도 승복하지 못한 B씨는 지난해 5월 행정소송을 냈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타 부대 전출 후 A상병의 혈액검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건강검진결과 통보 누락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춘천지법 행정 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B씨가 소속 부대장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상급부대 지침에 따르면 병사의 건강검진결과는 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소속 부대에 통보해야 하는 점 등 여러 사정으로 미뤄볼 때 A상병의 검진결과를 제때 통보하지 못한 것에 대한 B씨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의 직무태만으로 심비대증을 앓고 있던 병사가 검진결과를 제때 통보받지 못해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숨지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된 만큼 B씨의 징계 처분은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일로 숨진 A상병은 순직 처리돼 국립묘지에 안장됐으며 유족에게는 사망 보상금 등이 지급됐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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