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외관광객 무기화…터키 상대 효과본 후 애용품 돼

입력 2018-07-10 15:07   수정 2018-07-13 10:25

중국의 해외관광객 무기화…터키 상대 효과본 후 애용품 돼
2001년 고철 소련제 항모 보스포루스 통과 위해 "관광객 많이 보내겠다" 당근책
한국엔 사드 문제로 채찍으로 사용…일본도 주요 표적
지난해 해외여행객 1억3천만…여행사 고삐 쥐고 관광객 흐름 조절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해상 카지노용으로 개조, 사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론 항공모함으로 개비, 활용하기 위해 지난 1998년 우크라이나로부터 옛 소련의 퇴역 항모 바르야그를 사들인 중국이 2000년 이 배를 자국 항구로 가져가려 했으나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에 버티고 선 터키가 통과를 불허했다.


중국은 결국 2001년 터키 정부에 3억6천만 달러(약 4천억 원) 상당의 무역관련 이권을 주고 1년 반 만에 허가를 받았다고 당시 한 홍콩 신문이 보도했다. 당시 중국 정부의 당근가운데는 자국 관광객을 터키에 많이 보내주겠다는 것도 포함됐다고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업체 스트랫포 웹사이트는 9일(현지시간) 전했다.
중국은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역점 정책인 일대일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도 자국의 해외 관광객을 활용했다. 터키행 중국 관광객수가 15만 명에서 2015년엔 40만 명이 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그해 중국 내 소수 민족인 터키계 위구르족 문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하자 이듬해는 53%나 격감했다.
이것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으로 인해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휘두른 해외 관광객 `무기화'의 시초라고 스트랫포는 설명했다.
상대의 행동을 바꾸는 당근과 채찍으로 자국 관광객의 효용성을 맛본 중국이 "가장 최근에, 가장 극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지난해 한국행 단체관광에 대한 비공식 금지였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2016년 3월-12월 700만 명이던 것이 20017년엔 300만 명으로 줄었고 올해 2월 평창 올림픽 때도 당초 20만 명 예상이 실제론 2만 명에 그쳤다. 한국 관광산업이 놓친 수입은 68억2천만 달러라고 스트랫포는 추산했다.
중국의 대한 관계개선 움직임에 따라 지난 4월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60% 늘어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스트랫포는 "중국이 사드를 철수시키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관광으로) 한국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으며, 징벌에서 보상으로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음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선 관광 압박을 점차 늘리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집권한 민진당이 독립 노선을 추구한다고 보고 보복 차원에서 중국인의 대만 관광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체관광이 60%나 격감해, 대만을 찾는 다른 나라 관광객이 늘어났음에도 대만 관광업계는 2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관광 무기화는 대만을 직접 겨냥하는 외에,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은 작은 나라들에 대해서도 사용된다.
지난 2005년 이래 대만과 단교한 10개국 중 6개국은 중국 정부로부터 '해외여행허가지역지위(ADS)'국으로 지정된 덕분에 쏟아지는 중국 관광객들을 고사할 정도라고 스트랫포는 지적했다. 바누아투와 피지는 대만을 외교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이 지위를 얻었다.
중국과 경쟁관계를 고려하면 일본도 중국의 관광 무기의 주요 표적이다. 실제로 이미 2012-2013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 중국의 대 일본 관광객이 24% 준 적 있다.
일본은 인구 고령화와 감소 추세 속에 소비자 지출을 늘리고 세수를 증대하는 목적으로 관광산업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경제 총수입의 3번째 큰 몫을 관광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2016년 일본에서 해외 관광객이 쓴 133억 달러중 40%는 중국인 관광객 지갑에서 나왔다.
스트랫포에 따르면, 중국은 1999년만 해도 가처분 소득 기준으로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인구가 2천900만 명이었다. 적지 않은 수이지만 전체 인구의 3%에도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2013년엔 4분의 1이 넘는 4억2천100만 명이 됐다.
중국이 평균적으론 부유한 편이 아니지만, 편의품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소비자층의 엄청난 숫자가 '어마무시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허용한 때는 1978년. 해외여행객이 급증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1997년 530만 명이 지난해 1억3천만 명으로 25배 늘었다. 지난해 중국 관광객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쓴 돈은 2천580억 달러. 미국인 관광객의 2배, 독일인 관광객의 3배에 이른다.
남북한을 비롯해 일본, 태국, 베트남, 러시아, 몰디브, 인도네시아, 영국, 남아공에선 해외 관광객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관광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은 ADS. ADS로 지정되는 것만으로도 그 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50%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까지 모두 146개국이 이 지위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가장 큰 힘은 단체 관광 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에 대한 영향력. 중국에서 허가 난 여행사 2만5천 곳 가운데 2천 개만 해외여행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외국 여행사는 중국민에겐 해외여행 상품을 팔 수 없다.
수입 기준 5대 관광여행사가운데 3곳은 국영이고, 한 곳은 중국 정부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텐센트가 일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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