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맹 조사… 전국 고교야구팀의 76.8%가 '짧게 민다'
장발 허용해도 경기 임박하면 '기합' 넣으려 자진 삭발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박박머리'다. 최근 야구부원의 두발을 자유화하는 학교가 늘고 있지만 상당수 학교는 아직 야구부원의 두발을 '박박머리'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박머리는 일본 고교 야구선수의 상징인 셈이다.
일본고교야구연맹과 아사히(朝日)신문이 나가노(長野)현 고교야구연맹 가입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해 6월에 발표한 실태조사에서 조사에 응한 86개 학교 중 야구부원의 두발에 대해 '박박머리'라고 응답한 학교가 56개로 전체의 65.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5년에 한번씩 실시한다. 지난번 조사 때에 비하면 10 포인트 낮아졌다. '스포츠 머리 허용', '특별한 규정이 없어 장발도 가능'하다는 응답은 33.7%인 29개교 였다. 이쪽은 지난번 조사 때 보다 8.7 포인트 높아졌다.
전국 3천939개 학교가 응답한 조사에서는 '박박머리'라는 응답이 76.8%로 나가노현 보다 더 높았지만 이 역시 지난번 조사 때 보다 2.6% 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일본 고교 야구부원들은 왜 머리를 이처럼 미는걸까.
9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남자 부원 14명인 나가노현 아난(阿南)고교 야구부 오구라 류타(小?柳太) 감독은 부원이 부족해지자 작년 4월 야구부원도 머리를 밀지 말자고 제안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학생이 머리를 미는게 싫어서 야구부에 들어오지 않는게 안타까워서"였다.
그러나 정작 대회가 임박하자 자진해서 머리를 미는 부원이 줄을 이었다. 기합(긴장감을 높여 정신을 집중시키는 일)을 넣는다는 이유에서다.
오구라 감독은 "원래 야구를 하던 학생들은 머리를 미는데 저항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가노현 기소세이호(木??峰)고교의 야나세 하지메(柳?元) 감독은 박박머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원들에게 물어 보았다. 뜻밖에도 "고교야구는 박박머리가 아니면 폼이 안난다"며 두발자유화에 오히려 부원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야나세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박박머리도 좋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미는 편이 모자 속이 무덥지 않아 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 일시적으로 '박박머리를 금지'하는 학교도 있다. 주신(中信) 지방에 있는 한 고등학교는 공식 경기가 없는 겨울철에는 머리를 기르도록 권장하고 있다.
감독은 "고교 3년 중 두발과 옷 매무새에 신경쓰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개인적으로도 머리를 밀어야 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봄이 지나면 학생들이 자진해서 머리를 짧게 자른다고 한다.
나가노현 야구대회에 출전하는 85개 팀을 대상으로 두발관련 규정을 조사한 결과 부원부족을 겪고 있는 몇개 학교가 "머리를 밀기 싫어하는 학생이 많다"는 이유로 두발을 자유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머리를 밀도록 하고 있다"거나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부원 대부분이 머리를 민다'는 학교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6월23일 열린 나가노현대회 대진추첨에 참석한 각 학교 야구부 주장 가운데 머리를 기른 학생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우에다니시(上田西)고교 야구부 하라 기미히코(原公彦) 감독은 "야구와 머리를 미는 건 관계가 없지만 머리를 미는 건 자신이 고교야구를 하는 동안에는 '다른데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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