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40으로 남자 200m 한국기록, 33년 만에 바꿔
(진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박태건(27·강원도청)이 '박봉고'라는 이름으로 뛸 때 '이름부터 빠른 차로 바꾸라'라는 댓글이 자주 달렸다.
"제가 그런 댓글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더라고요."
그는 2017년 11월에 박태건으로 개명했다. 클 태(太)에 세울 건(建) 자를 썼다. 그리고 33년 만에 한국 남자 200m 신기록을 세웠다.
10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난 박태건은 "이름을 잘 바꾼 것 같다"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또 한국기록을 세우고, 금메달까지 따면 개명 효과를 더 크게 느낄 것 같다"고 웃었다.
박태건은 6월 28일 강원도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72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20초40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1985년 자카르타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장재근이 기록한 20초41을 0.01초 앞당긴 한국신기록이다.
박태건은 "한국기록을 세운 뒤 장재근 감독님께서 '지금 기록에 만족하지 말고, 한국 육상을 이끄는 선수가 되었으면 한다'고 조언하셨다"고 전했다.
박태건도 20초40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한국기록을 세우기 전부터 '20초20'이 적힌 전광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장면을 상상했다. 20초20대는 충분히 세울 수 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태건은 5월에 아킬레스건을 다쳤고, 훈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기록 20초40을 작성했다. 그는 "충분히 훈련하면 20초20대로 레이스를 마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남자 200m 최고 기록은 세전예가 세운 20초16이다. 양춘한(대만)이 20초33, 이즈카 쇼타(일본)가 20초34, 거볘(중국)가 20초39로 뒤를 이었다.
박태건은 올 시즌 아시아 랭킹 5위다.
그는 "내가 목표로 세운 20초20대 기록을 세우면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태건은 "나는 누구보다 성취욕이 강하다. 남들보다 두 배 이상 훈련할 자신도 있다"며 "요행을 바라지 않겠다. 정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재차 다짐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박태건은 400m 6위, 1,600m 2위에 올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200m와 남자 400m 계주에 출전한다.
박태건은 "참 많은 걸 바꿨다. 이름도 바꾸고, 주 종목도 달라졌다"고 잠시 4년의 세월을 돌아봤다. 이어 "배호원 대한육상연맹 회장님, 최성근 강원도육상연맹 회장님, 사쿠마 가즈히코 코치님, 유키 심페이 코디네이터님 등 새로운 박태건을 만들기 위해 도움을 주신 분이 정말 많다. 꼭 보답해야 한다"고 했다.
박태건이 새로 얻은 이름처럼 큰일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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