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 파도치는데도 바닷물에 '풍덩'…피서철 안전의식 실종

입력 2018-07-11 07:30  

3m 파도치는데도 바닷물에 '풍덩'…피서철 안전의식 실종
계곡에는 고기 굽던 불판 둥둥…피서객이 버린 양심에 피서지 몸살
안전불감증이 주원인…안전수칙 준수·안전 장구 착용 필수


(춘천·속초=연합뉴스) 이종건 양지웅 박영서 기자 = 빗방울이 떨어지고 동해 전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3m가 넘는 높은 파도가 일었던 지난 토요일.
고성·속초·동해·삼척 등 강원 동해안 곳곳에서 피서객 물놀이 사고가 잇따라 6명은 구조됐으나 1명이 숨지고, 2명은 실종됐다.
당시 동해연안에는 3m 안팎의 높은 파도가 일어 도저히 바다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이를 가볍게 본 것이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졌다.
한마디로 '안전불감증'이 빚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 3년간 144명 사망·57명 부상…대부분 '안전 부주의'
지난 주말 물놀이 사고는 모두 미개장 해수욕장에서 발생했다.
강원 동해안의 경우 강릉·속초·양양지역 해수욕장은 지난 6일 개장했으나 사고가 난 고성·동해·삼척지역 해수욕장은 개장을 일주일 앞두고 있었다.
1명이 구조되고 1명이 실종된 속초 외옹치 해수욕장도 6일 개장 예정이었으나 내부사정으로 개장하지 못한 상태였다.
해수욕장 개장 전과 폐장 후는 수상안전요원이나 통제요원이 없어 안전사고에 취약한 시기다.

그런데도 높은 파도가 이는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는 피서객들이 곳곳에서 목격돼 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했다.
강원도소방본부가 최근 3년(2015∼2017년)간 도내 수난사고를 분석한 결과 252건이 발생해 144명이 숨지고 57명이 다쳤으며 206명이 안전하게 구조됐다.
사고 원인은 안전 부주의 143명, 불어난 계곡 물에 고립 83명, 급류나 파도 휩쓸림 46명, 수영 미숙 43명, 다슬기 채취 32명, 래프팅 30명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안전 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수영능력을 과신하는 등 안전을 소홀히 여긴 데서 비롯된 결과였다.
강원소방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안전요원을 배치한다고 해도 모든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무엇보다 스스로 안전수칙을 지켜 사고요인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쓰레기장으로 변한 피서지…시민의식도 실종
"피서철 되면 쓰레기가 동네에 넘쳐나요. 음식물 썩는 냄새가 구석구석 진동해서 못 살겠어요."
계곡 물이 맑고 경치가 아름다워 여름철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춘천시 사북면의 집다리골.
지난 5일 기자가 찾은 집다리골은 맑고 깨끗한 모습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계곡 주위로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먹다 남은 음식물에는 파리가 들끓었고 돌 위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검게 남아 있었다.

고기를 굽던 불판은 맑은 계곡 물에 빠졌고, 은박 돗자리는 물살을 따라 힘없이 이리저리 떠다니는 등 청정 계곡이 피서객들이 버린 양심으로 병들고 있었다.
홍천군 홍천읍 서면 모곡유원지에서는 실종된 안전의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피서객 일부가 안전요원들의 안내를 무시하고 장마와 호우 탓에 물이 불어난 강으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수난사고는 70% 이상이 강·계곡·하천에서 발생할 정도로 안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지만 안전의식은 온데간데없었다.
안전요원으로 활동하는 주민 김모(68)씨는 "한여름에는 차량이 수백 대씩 몰리는 피서지지만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안내에 따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이 때문에 피서객과 말다툼도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 안전수칙 준수·안전장구 착용만이 '살길'
강원도소방본부는 본격적인 피서가 시작됨에 따라 지난 7일부터 사고 다발지역 20곳에 119시민수상구조대 712명을 배치했다.
구조대는 수상·수중 인명구조, 익수 사고방지 안전조치, 수변 예찰 활동, 응급환자 응급처치, 미아 찾기, 심폐소생술 교육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물놀이 대책이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돌발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
국민재난안전포털의 물놀이 10대 안전수칙을 보면 수영을 하기 전에는 손, 발 등의 경련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물에 처음 들어가기 전 심장에서 먼 부분부터 물을 적시고, 수영 도중 몸에 소름이 돋고 피부가 당겨질 때 몸을 따뜻하게 감싸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하면 주위에 소리쳐 알리고 구조에 자신이 없으면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 것이 좋다.
수영능력을 과신해 무리한 행동도 삼가고, 장시간 계속 수영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국민재난안전포털 누리집(www.safekore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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