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해 다이아몬드와 사치품을 사모았다는 의혹을 받아 온 말레이시아 전임 총리 부인이 해외 보석업체에 거액의 보석류를 반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소됐다.
11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레바논에 본사가 있는 국제 보석판매업체 '글로벌 로열티 트레이딩'은 지난달 26일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를 상대로 보석류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업체는 올해 2월 10일 로스마 여사에게 1천478만 달러(약 165억원) 상당의 보석류 44점을 전달하고 구매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이중에는 92만5천 달러(약 10억원) 상당의 16.5 캐럿 다이아몬드 반지 등이 포함돼 있었다.
글로벌 로열티 트레이딩은 "로스마 여사는 오랜 단골"이라면서 "그와의 거래는 쿠알라룸푸르나 두바이, 싱가포르에서 본인 혹은 대리인에게 보석류를 전달하면, 그중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고 나머지를 반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보석류는 지난 5월 말레이시아 경찰이 나집 전 총리 일가의 집과 아파트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함께 압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집 전 총리 일가에게서 압수된 사치품과 현금, 외화의 규모는 2천500억∼3천억원에 이르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품목은 시가 1천800억∼2천400억원 상당의 보석류 1만2천점이었다.
로스마 여사는 글로벌 로열티 트레이딩이 보낸 보석류를 받아 살펴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구매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빼돌린 나랏돈으로 글로벌 로열티 트레이딩에서 보석을 구매했다는 의혹은 전혀 근거가 없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스마 여사의 남편인 나집 전 총리는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2009∼2015년 45억 달러(약 5조원)의 공적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오다 이달 초 배임과 반부패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로스마 여사는 남편의 연봉 10만 달러(약 1억원) 외엔 알려진 소득원이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서도 다이아몬드와 명품백 수집을 취미로 삼는 등 사치행각을 벌여 1MDB 횡령자금을 썼을 것이란 관측을 낳았다.
현지에선 로스마 여사가 명품구두만 3천켤레를 사 모아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에 못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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