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강화…대기업집단 '경영진 사익편취·부당지원' 중점관리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이른바 대기업집단의 고질인 '일감 몰아주기'가 줄어들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총수일가의 가족기업 등을 내부거래를 통해 부당지원하는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7월말 스튜어드십코드를 시행하면서 '경영진일가 사익 편취행위'와 '부당지원행위'를 '중점관리사안'으로 추가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기업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기준이 되는 중점관리사안은 현재 배당에 한정돼 있지만,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사안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점관리사안을 위반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우선 비공개로 개선조치를 요구하고, 이런 비공개 주주활동에도 해결되지 않으면 공개서한을 발송하거나 의결권으로 임원선임 반대 등 공개적 실력행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스튜어드십코드가 이런 취지대로 시행되면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법으로 일감 몰아주기는 규제 대상이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총수일가가 일정 이상 지분(상장 30%, 비상장 20%)을 보유한 회사와 거래할 때 일감 몰아주기 행위(총수일가 사익 편취)를 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런 규제를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보니 유명무실한 형편이다. 일감을 몰아주는 상장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을 규제 대상인 30%(비상장 회사는 20%) 미만으로 낮추거나 계열사를 통해 간접 지배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사실상 규제하기가 어렵다.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나서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을 강조하며 자발적인 개선을 요구하지만 이른 시일 안에 상황이 나아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60대 대기업집단 소속 225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017년 내부거래 규모는 총 12조9천542억원으로 13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94조9천628억원)의 13.6%에 달하는 수치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5년(12.1%)보다 오히려 비중이 높아졌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비상장사는 20%)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 된다.
규제 대상인 225개 기업 가운데 지난해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50%를 넘은 곳은 35개나 됐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2017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 분석결과를 보면, 57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중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비상장 계열사가 하나라도 있는 집단은 38개(전체의 66%)에 달했다.
대기업집단 총수일가 셋 중 두 곳이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를 1개 이상 거느리고 있다는 말이다.
명백히 일감 몰아주기 논란 소지가 있는 지분 구조이다.
이와 관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지난 6월 14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에 참여하는 직계 위주의 대주주 일가는 주력 핵심계열사의 주식만을 보유하고 나머지는 가능한 한 빨리 매각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위원장은 "지분 매각이 어렵다면 가능한 한 계열분리를 해달라"며 "비주력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공정위의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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