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컬슨, 움직인 볼 쳐 불명예…하루 13번 룰 위반 26벌타 사례도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필드의 신사'로 불리는 필 미컬슨(미국)이 올해 들어 두 차례나 룰 위반 벌타로 구설에 올랐다.
US오픈에서 움직이는 볼을 때려 2벌타를 자초하더니 지난 9일 끝난 그린브라이어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는 라이를 개선했다가 2벌타를 받았다.
그는 7번홀 티박스에서 볼을 티에 올려놓은 뒤 티 앞쪽의 잔디를 드라이버 헤드로 툭툭 내리쳐 눌렀다. 골프 규칙 13조2항 '라이 개선 금지' 조항을 어긴 것이다.
움직이는 볼을 치고 나서 "룰 위반인 걸 알고도 그랬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던 미컬슨은 라이 개선을 하고도 "룰 위반인 줄 몰랐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가 꼽은 프로 골프 사상 최악의 벌타 사례 10개에 미컬슨의 이런 벌타는 모두 포함됐다.
미컬슨의 사례 2개를 제외한 미국프로골프협회가 선정한 역대급 벌타 사건을 정리했다.
▲ 하루 13번 룰 위반해 26벌타 받은 이마다 = 2010년 중국 선전에서 열린 미션 힐스 스타 트로피 1라운드에서 이마다 류지(일본)는 벌타로만 26타를 잃었다.
2언더파를 쳤지만, 벌타를 더해 제출한 스코어는 무려 24오버파였다.
사연은 이렇다. 비가 와서 코스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터라 1라운드는 볼을 집어 올려 닦은 뒤 내려놓고 치도록 했다.
보통 이런 로컬룰을 적용할 때는 볼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1클럽 이내에 내려놓는다. 그러나 이 대회 때는 1클럽 이내 거리가 아니라 '스코어카드 1장' 거리 이내로 정했다. 말하자면 원래 있던 장소 한 뼘 이내 거리에 볼을 내려놔야 했다.
12번 홀에서 1클럽 거리에 볼을 내려놓다가 동반 선수의 지적을 받은 이마다는 경기위원을 불렀다. 경기위원은 지금까지 몇차례나 1클럽 거리에 볼을 내려놓았느냐고 물었고 이마다는 "13번쯤 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경기위원은 룰 위반 한 번에 2벌타씩 모두 26벌타를 부여했다.
▲ 플로이드의 하루 두 번 2벌타 = 198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 11번 홀에서 레이먼드 플로이드(미국)의 캐디는 플로이드가 티샷하기 전에 볼이 떨어질 지점 부근으로 미리 이동해 페어웨이 옆 러프에 골프백을 내려놨다.
플로이드가 티샷한 볼은 정확하게 골프백을 맞췄다. 볼이 선수 자신의 몸이나 캐디, 기타 선수의 소유물에 맞으면 2벌타를 부과한다는 규칙 19조2항에 따라 플로이드는 2벌타를 받았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었다.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자 플로이드는 6번 홀 티박스에서 연습 삼아 볼을 숲을 향해 쳤다. 이는 스트로크 플레이 경기 중 연습을 금지한 규칙 33조2항을 어긴 것이었다. 플로이드는 또 2벌타를 받았다.
▲ 자신이 친 볼에 맞은 매거트 = 2003년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를 2타차 선두로 시작한 제프 매거트(미국)는 4번 홀에서 받은 2벌타 탓에 금세 선두를 빼앗기고 말았다.
360야드짜리 파 4홀인 4번 홀에서 매거트가 2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볼은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벙커에서 53도 웨지로 가볍게 쳐낸 볼은 벙커 턱을 맞고 튀어 매거트의 가슴을 때렸다.
2벌타를 받은 매거트는 4번 홀을 트리플보기로 홀아웃했고 마이크 위어(캐나다)에 1타 뒤진 2위로 내려앉았다.
매거트는 12번 홀(파3)에서 볼을 두 번이나 물에 빠트리며 퀸튜플보기를 적어내는 곡절 끝에 5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 백스윙하다 갈대 건드려 벌타 받은 데이비스 = 2010년 PGA투어 헤리티지 연장전에서 브라이언 데이비스(미국)는 해저드 구역에 떨어진 볼을 쳐 그린에 올려놨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경기위원을 불러 백스윙 도중 갈대를 건드렸다고 고백했다.
2벌타를 받은 그는 연장전에서 졌고 우승 트로피는 짐 퓨릭(미국)에게 돌아갔다.
▲ '벌타 예고' 모른 채 우승한 존슨 = 더스틴 존슨(미국)은 2016년 US오픈 최종 라운드 5번 홀 그린에서 막 어드레스를 하는 순간 볼이 움직였다. 존슨은 경기위원을 불러서 볼이 움직인 사실을 알렸다. 경기위원은 벌타 부과 여부를 즉각 알려주지 않았다.
경기위원회가 정밀 비디오 분석을 통해 존슨이 볼이 움직인 원인 제공자라고 결론 내리고 1벌타를 부과하기로 했을 때 존슨은 13번홀에서 경기를 하고 있었다.
경기위원회는 경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 벌타 부과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존슨은 자신의 정확한 타수를 모를 채 경기를 한 꼴이 됐다. 나중에 벌타를 포함해 1언더파 69타를 친 존슨은 그러나 3타차 완승을 했다.
▲ 벙커인지 아닌지 헛갈려 2벌타 받은 존슨 = 더스틴 존슨은 2010년 PGA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도 벌타와 엮였다.
최종 라운드 17번 홀까지 1타차 선두를 달리던 존슨이 18번 홀에서 티샷한 볼은 페어웨이 오른쪽 황무지에 떨어졌다. 풀과 모래가 뒤섞인 지점에 떨어진 볼을 치기에 앞서 그는 클럽 헤드를 땅에 댔다. 벙커가 아니라고 판단해 취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당시 로컬룰은 모든 모래 지역은 벙커로 간주한다는 것이었다. 존슨은 2벌타를 부과받았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 기회를 날렸다.
▲ 실수로 물에 빠트린 볼 못 찾아 벌타 = 2017년 미국 대학 골프 배턴 루지 지역 대회에 출전한 잭슨빌 대학교 4학년 데이비스 윅스는 13번 홀 그린에서 집어 든 볼을 실수로 떨어트렸다. 신발 끝에 맞은 볼은 경사를 타고 구르더니 그린 옆 연못 속으로 사라졌다.
골프 규칙은 반드시 티샷한 볼로 홀아웃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분실한 볼을 찾지 못하면 2벌타를 받아야 한다.
윅스는 속옷 바람으로 연못에 뛰어들었다. 20개가 넘는 볼을 건졌지만 정작 자신의 볼은 없었다. 볼 수색에 허용된 5분이 지나자 2벌타를 받고 경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때 이언 폴터(잉글랜드)도 그린에서 볼을 집다 놓쳐 연못에 빠트렸지만, 트레이너가 물속에서 볼을 찾아내 벌타는 면했다.
▲ 한꺼번에 4벌타 받고 규정까지 바꾼 톰프슨 = 작년 LPGA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3라운드 17번 홀 그린에서 렉시 톰프슨(미국)은 마크하고 집어 올린 볼을 원래 있던 자리가 아닌 지점에 내려놓았다.
아무도 이런 사실을 몰랐지만, TV 시청자에게 제보를 받은 경기위원회는 비디오 분석 끝에 다음날 톰프슨이 오소 플레이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위원회는 4라운드 경기 도중 톰프슨을 찾아가 오소 플레이 2벌타에 잘못된 스코어카드 제출에 2벌타 등 모두 4벌타를 부과했다고 통보했다.
선두를 달리다 한꺼번에 4타를 잃어버린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톰프슨은 결국 연장전에 끌려가 유소연(28)에 졌다.
이 사건은 미국골프협회(USGA)와 R&A가 즉각 규칙 개정에 나선 바람에 더 큰 논란이 됐다.
새 규정은 시청자 제보를 바탕으로 선수의 규정 위반을 적발하지 않고, 벌타가 주어진 사실을 모르고 스코어카드를 냈을 때는 스코어카드 오기에 벌타를 매기지 않도록 했다. 바뀐 규정은 '렉시룰'이라고 불린다.
미국프로골프협회는 이 사건을 최악의 벌타 사건으로 꼽았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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