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을 수립하자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EU와 완전히 결별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원하는 이들은 법안 개정을 통해서라도 정부의 소프트 브렉시트를 막아낸다는 계획이다.
11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보수당 의원 중 유럽회의론자들이 주축을 이루는 '유럽 연구단체'(ERG)는 정부의 브렉시트 주요 입법안을 수정해 '소프트 브렉시트'를 막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ERG는 우선 영국이 EU를 대신해 최종적으로 EU로 향하는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내용을 법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 6일 총리 지방관저에서 열린 회의에서 사실상 EU와 긴밀한 통상 관계를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로 정부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은 EU 관세동맹 탈퇴 이후의 대안으로 '촉진된 관세협정(facilitated customs arrangement)'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 방안은 영국 정부가 자국에 도착하는 상품의 관세율을 자유롭게 정하면서도 발전된 기술을 활용, EU로 다시 건너가는 물품에는 별도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ERG는 또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별도의 관세와 규제 국경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도 추진할 계획이다.
당초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전환기간에 합의하면서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영국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북아일랜드만 EU의 관세동맹 안에 두는 '안전장치'안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ERG의 이런 시도는 북아일랜드 지역에 기반을 둔 민주연합당(DUP)의 지지를 받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메이 총리의 보수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과반에 실패하자 보수당 집권을 유지하기 위해 DUP와 연정을 구성한 만큼 DUP의 지지는 큰 의미를 지닌다.
ERG는 또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남기를 원할 경우에는 예비 입법행위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 영국이 EU와 별도의 부가가치세 체계를 갖도록 하는 방안 등을 법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ERG를 이끄는 제이컵 리스-모그 하원의원은 "총리 지방관저에서 합의된 안은 신뢰의 와해"라며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다. 그러나 지금의 브렉시트는 유럽의 법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법안 개정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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