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직원 진입 시도하다 구시장 상인과 물리적 마찰…법원 집행관 철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최평천 기자 =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를 두고 일부 상인이 이전을 거부해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협 측이 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상인들 반발로 무산됐다.
서울중앙지법 집행관과 노무 용역, 수협 직원 등 300여명은 12일 오전 8시께 노량진수산시장 구(舊)시장에서 이주 거부 상인 95명을 대상으로 하는 명도 강제집행에 나섰다.
하지만 이전을 거부하는 상인으로 이뤄진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회원 150여명이 이를 막아서면서 강제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강제집행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집행에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구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수협 직원과 일부 상인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도 벌어졌다.
결국, 3개조로 나눠 구시장에 진입하려던 집행관과 수협 측은 진입 시도 1시간 30분 만인 오전 9시 30분께 강제집행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수협은 "지난해 불꽃축제 기간에 추락 사고가 일어나고, 최근에는 대규모 정전까지 발생하는 등 낡은 시장 환경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며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위해 서울시 중재 협상을 포함해 50여 회 이상 만나 노력했지만, 일부 상인들이 '구시장 존치'만을 요구해 갈등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협중앙회장이 직접 구시장 측 상인을 만나 300억원 규모의 추가지원책을 제시하는 등 전방위로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그런데도 일부 상인들이 시장을 불법 점유하면서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고, 시민 안전까지 위협했다"며 강제집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상인 358명을 대상으로 한 명도소송에서 178명에 대해서는 대법원 3심까지 수협 측이 승소한 상태다. 이날 강제집행이 시도된 점포 95곳은 대법원 선고까지 받아 확정판결이 난 곳으로, 법원에서 강제집행 예고장까지 배부한 상태다.
수협은 "강제집행과 관련 없이 신시장 입주를 원하는 상인을 위해 자리를 비워둔 상태"라며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과는 별개로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지역장은 "현대화건물은 수산시장 용도에 맞지 않게 설계돼 입주할 수 없다"며 "노량진수산시장은 서울시 미래유산인데 졸속으로 지은 현대화건물에 입주할 수 없다.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구시장을 존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워진 지 48년 된 노량진수산시장은 이전부터 시설 노후화 등이 지적돼 2004년부터 국책 사업으로 현대화가 추진됐다. 2009년 4월 시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현대화사업 기본계획 설명회가 열렸고, 시장 종사자 투표 결과 판매 상인 80.3%·중도매인조합 73.8%가 사업에 동의했다.
신시장은 2016년 3월 문을 열어 첫 경매를 치른 바 있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