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정차 차량 많아 위험 알 텐데…가속 이해 안돼"
피해자 가족 "가정 풍비박산…고통 속 기적 기다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택시기사를 치어 의식불명 상태로 만든 일명 '김해공항 BMW 질주사고'의 운전자가 공항진입도로의 사고 위험성을 잘 아는 항공사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사고가 발생한 김해공항 국제선청사 2층 입구 앞 진입도로는 평소 승객을 태우고 짐을 싣고 온 택시나 승용차들이 상시 정차해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안전 운행 속도가 40㎞ 이하로 제한되고 한국공항공사에서 진입 속도를 줄이려고 차선 간 안전봉을 설치하는 등 조치를 한 구간이다.
가해자인 BMW 운전자 정모(35) 씨는 에어부산 사무직 직원으로 확인됐다.
동승인은 같은 항공사 승무원 A(37) 씨와 협력업체 직원 B(40) 씨로 정 씨는 이들과 함께 공항 근처에서 식사한 뒤 자기 소유의 BMW 차를 타고 회사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진입도로 사정을 잘 아는 항공사 직원이 왜 해당 구간에서 과속했는지를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공항직원들의 반응이 나온다.
한 공항 상주직원은 "지리를 잘 알기 때문에 피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었는지, 차를 자랑하려는 치기에 위험성을 순간 잊은 것이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B 씨가 오후 1시 약 2㎞ 떨어진 항공사 사옥에서 승무원 교육이 예정돼 있었고, 10여 분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상황이라 속도를 높여서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목격자라고 주장한 네티즌들은 동승자 2명이 사고 직후 현장을 빠져나갔다고 글을 썼지만 경찰은 중간조사 결과 동승자 2명이 현장을 이탈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사고의 충격으로 현장 부근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을 폐쇄회로 TV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조치를 돕지는 않았지만 현장을 이탈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BMW 블랙박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관련 청원이 16건이나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운전자와 동승자가 도로 위에서 카레이싱 하듯 과속했다"며 "죄의식 없이 순간적 희열을 즐겼다"고 적었다.
경찰은 이날 정 씨 등 관계자를 불러 2차 조사를 진행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BMW 사고기록장치 분석은 1∼2주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10일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국제선청사 진입도로에서 BMW 차량이 손님의 짐을 내려주던 택시기사 김모(48) 씨를 치었고 김 씨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포털에 자신을 김 씨의 친형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동생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중학교 두 자녀를 둔 가장"이라면서 "택시 운전을 해서 겨우 밥벌이하며 살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무슨 날벼락인지, 어머님은 사실을 모르시다가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고 현재 저희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고 밝혔다.
또 "동생은 아직 의식이 없고 온몸이 다 골절돼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다"면서 "저희 가족은 기적을 바라며 뜬눈으로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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