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류샤 출국 허용했지만, 인권운동가 탄압·투옥 잇따라
인권변호사 면허도 무더기 취소…'연좌제'로 가족 고통받기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해 7월 간암으로 별세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가 8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지만, 중국 내 인권상황은 암울하기만 한다.
2010년 이후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류샤가 지난 10일 독일로 전격 출국했지만, 다음날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인사인 친융민(秦永敏)은 1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야 했다.
인권단체인 '중국인권관찰'을 설립한 그는 언론, 출판, 결사의 자유를 주장하고, 중국내 민주화 운동가들과 함께 중국민주당을 창당했다가 국가전복 혐의로 체포돼 3년 넘게 구금 상태에 있었다.
1970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39차례 구금된 그의 감옥생활은 모두 23년에 달한다.
친융민의 장기 징역형 선고는 2012년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후 중국 내 인권운동가에 대한 탄압이 얼마나 가혹하게 이뤄지는지 여실하게 보여준다.
시 주석은 집권 후 공산당에 의한 철저한 사회 통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이후 개혁개방의 진전에 따라 인권 운동을 어느 정도 용인했던 그동안의 정책 기조도 철저한 탄압 위주로 바뀌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중국 당국이 2015년 7월 9일 300여 명에 달하는 인권운동가들을 잡아들인 '709 검거'를 들 수 있다.
당시 검거된 인권운동가들은 구금과 고문, 허위자백 강요 등에 시달려야 했고, 상당수 인권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1996년 변호사법 제정으로 변호사 신분은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뀌었으나, 인권변호사들은 여전히 그 신분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 내 인권변호사 상황을 감시해 온 홍콩의 인권단체는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후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한 인권변호사가 17명, 면허가 취소된 법무법인이 3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2016년 말 중국 사법부는 변호사 관련 법규를 개정해 공산당에 대한 불만을 선동하거나, 청원서·공개서한 등을 제출하는 행위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해 인권변호사를 더욱 옥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중국 당국은 인권운동가는 물론 그 가족에 대한 탄압도 자행하고 있다.
인권변호사 왕취안장(王全璋)의 아내 리원주(李文足)는 최근 공개서한에서 "남편과 헤어진 지 1천일이 넘었다"며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아빠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묻지만 나는 '아빠는 괴물을 무찌르러 갔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왕취안장은 반체제인사나 지역 개발 과정에서 토지를 빼앗긴 사람 등을 변호한 인권변호사였으나, 709 검거 때 구금됐다.
이후 국가전복죄로 기소돼 톈진(天津) 구치소에 수용됐으나, 그의 가족이나 변호사조차 그를 면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첫 여성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왕위(王宇)도 자신의 가족이 '연좌제'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왕위는 위구르족 반체제학자 일함 토티, 중국 당국이 반체제 단체로 분류한 법륜공(法輪功·파룬궁) 신도 등의 변호를 맡아 미운털이 박혔고, 결국 709 검거 때 검거됐다.
이후 그의 아들이 호주 유학을 위해 출국하려다 제지당했으며, 경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 이후 자택과 학교에서 당국의 철저한 감시를 받았으며, 가는 곳마다 당국의 미행을 당했다.
자이드 라드 알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류샤의 출국을 환영한다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를 빼앗긴 중국의 인권운동가들과 그 가족, 변호사들이 추가로 석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대학 교수가 해고되는 일마저 잇따르고 있다.
허베이(河北)공정대학 임상의학원의 왕강(王剛) 부교수는 중국 메신저인 웨이신(微信·위챗)에 토론방을 개설하고 중국 정치체제를 비판했다가, 교수 윤리를 위반했다는 이유 등으로 최근 해고당했다.
샤먼(廈門)대학 국제상무학원의 요우성둥(尤盛東) 교수도 강의 내용이 과격하다는 학생의 신고가 학교 측에 접수된 후 해고당했다.
시 주석 집권 후 중국 대학들은 시민권, 언론의 자유, 보편적 가치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루지 말 것을 강요받는 등 더욱 강화된 사상 통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고 금기 사안을 건드린 교수들은 처벌을 통해 침묵을 강요당하거나, 대학을 떠나야 한다.
지난 3월 당국의 사상통제에 반발해 소셜미디어에 사퇴의 변을 밝혔던 베이징대 리천젠 교수는 "용기를 내 말을 하는 사람은 화를 당하고 그 화가 주위 사람에게까지 미치는 바람에 직언을 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오직 순응하는 사람만 남아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