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와중에도 사법공조로 미국에 도피해 있던 중국 최대의 은행 횡령사건 주범을 중국에 압송했다.
중국 관영 앙시(央視)망은 지난 2001년 4억8천500만위안(813억원)의 은행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미국에 도피했던 쉬차오판(許超凡) 전 중국은행 광둥(廣東)성 카지핑(開平)지점장이 11일 중국에 전격 송환됐다고 12일 보도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쉬차오판의 송환 사실을 확인하며 미국과의 사법협력으로 압송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2003년 미국에서 돈세탁 등 혐의로 체포돼 징역 25년형을 받고 수감 중이었던 쉬차오판의 중국 송환은 이례적이다. 중국이 해외 선진국에서 기소 및 수감 절차를 밟은 도피 사범을 강제 송환하는 첫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쉬차오판의 압송이 미중 반부패 사법협력의 중요 성과이자 국가감찰위원회 설립 후 처음으로 송환된 직무범죄 도피 사범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은 중국과 사법 협조협정을 체결하고 중국 법원의 판결이 있으면 중국의 도피 관료가 해당 국가로 빼돌린 불법소득을 중국 정부가 회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쉬차오판은 중국은행 카이핑지점에 근무하면서 본점과의 연합 자금관리 헛점을 이용해 일부 기업이나 유령기업에 대출해주는 형식으로 모두 4억8천500만 위안을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은행이 2001년 10월 전국 전산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자금이 비는 사실이 확인되자 쉬차오판은 앞서 카이핑지점장을 지낸 위전둥(余振東), 쉬궈준(許國俊) 등 공범과 함께 해외로 달아났다.
이들은 홍콩, 캐나다, 미국 등을 전전하며 빼돌린 자금으로 주식 매매, 복권 구입, 도박 등을 해오다 인터폴 수배령으로 지난 2003년 미국에서 체포됐다. 위전둥이 먼저 비자 편법발급 등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뒤 자진해서 중국으로 송환됐고 쉬차오판과 쉬궈준은 돈세탁 혐의로 각각 25년, 22년형을 선고받았다.
지금까지 중국 당국과 중국은행이 중국 내외에서 환수한 쉬차오판 일당의 횡령 및 손실자금은 20여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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