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정상회의 뒤 선언문서 촉구…"러 공격적 행동 나토에 위협"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이 11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 등에서 철군할 것을 촉구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나토 29개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한 나토정상회의 첫날 회의 뒤 채택한 정상선언문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국경 내에서 영토적 통합성을 유지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러시아가 해당국 동의 없이 이 세 나라에 주둔시키고 있는 전력을 철수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또 러시아가 조지아에서 분리·독립을 선포한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에 대한 독립 인정을 철회할 것도 요구했다.
조지아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추구하던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는 2008년 러시아-조지아 간 '5일 전쟁' 뒤 독립을 선포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를 정식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러시아,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나우루, 시리아 등 5개국뿐이다.
러시아는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의 안정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이 지역에 수천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1990년 몰도바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명 프리드녜스트로비예) 지역에도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수천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나토 정상들은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리주의 반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이 지역 무력 분쟁 해결을 위한 민스크 평화협정을 철저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실 규명 노력에 협력할 것도 요구했다.
지난 5월 말 국제조사팀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피격된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MH17 여객기를 타격한 미사일이 러시아군의 것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러시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여객기 MH 17편은 지난 2014년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중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치열하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상공에서 격추돼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 등 298명이 모두 숨졌다.
나토 정상들은 선언문에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무력 위협 및 사용을 포함한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이 나토에 도전이 되고 있으며 유럽·대서양 지역 안보와 국제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 미-러 간에 체결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이런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협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정상들은 이밖에 지난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독극물 암살 시도 사건에 러시아가 책임이 있다는 영국의 판단에 연대를 표시했다.
러시아는 나토 정상들의 선언문 내용을 즉각 반박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정상선언문에 명시된 러시아에 대한 나토의 비난은 나토 내부 주요 문제들을 은폐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코사체프는 "러시아라는 '시멘트'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와 유럽의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 사이에 발생한, 커지는 나토 내 균열을 때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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