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상선이 구조한 난민 67명 시칠리아 도착…배에서 못내리고 대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겸 부총리가 이탈리아 상선에 구조된 뒤 승무원을 위협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난민들을 '납치범'이라고 부르며 이들을 처벌한 뒤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예인선 '보스 탈라싸'가 8일 저녁(현지시간) 리비아 연안에서 구조해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함정으로 인계한 난민 67명은 구조 나흘 만인 12일 입항을 허용받고 시칠리아 섬 트라파니 항구에 도착했다.
이들은 항구에 들어온 지 수 시간이 지났지만 살비니 장관의 하선 불허 명령으로 배에서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살비니 장관은 당초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난민들을 구하려고 출동했다고 공지했음에도 '보스 탈라싸' 호가 리비아 측의 임무를 가로챘다고 주장하며 이 배의 이탈리아 입항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이탈리아가 난민을 구조한 자국 선박에도 입항 금지 조처를 한 것은 처음이라 향후 난민정책이 더 강경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살비니 장관은 지난달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하는 외국 비정부기구(NGO)의 선박에 대해 이탈리아 항만 진입 금지령을 내린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난민 구조에 참여한 유럽연합(EU) 해군함정의 이탈리아 입항도 거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보스 탈라싸'호는 난민 구조 직후 일부 난민이 승무원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며 해안경비대에 긴급 도움을 요청했고, 출동한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의 선박 '디초티'에 난민들을 인계했다.
해안경비대의 주무 부처는 내무부가 아니라 교통부라 난민들을 태운 '디초티' 호는 교통부의 허가 아래 트라파니 항구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비니 장관은 난민들이 '보스 탈라싸' 호 승무원들을 협박했다는 소식에 11일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폭력으로 배를 납치한 범죄자들"이라고 말하며 "수갑이 채워진 채로만 이탈리아에 도착할 수 있으며 곧바로 송환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배에 승선해 조사를 벌인 경찰은 소동을 피운 난민이 가나와 수단 출신 난민 등 2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보스 탈라싸' 호가 난민들을 구한 뒤 이들을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인계하려고 하자 일부 난민이 이에 저항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와 난민 구호 단체들은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이 다시 리비아로 송환될 경우 난민 수용소에 갇혀 고문과 폭력, 성폭행 등 심각한 학대에 직면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이날 트라파니 항에는 난민 구호 활동가 수십 명이 난민에 대한 연대를 상징하는 붉은 색 옷을 입은 채 운집, 정부의 강경 난민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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