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40년만에 '긴급조치 위반 재심'…"역사의 한단계 정리"

입력 2018-07-13 15:37   수정 2018-07-13 17:54

김부겸, 40년만에 '긴급조치 위반 재심'…"역사의 한단계 정리"

"감내하려고 재심청구 안해…당시 검찰 행위 문제삼고 싶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40년 만에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을 다시 재판받게 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과거의 폭압적 상황이 역사의 한 단계로 정리되는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김 장관은 13일 서울고법 형사11부(이영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심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 소회가 왜 없겠느냐"며 "그간 가슴앓이를 한 많은 분들과 위로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을 받아 본 사람은 검찰이 가진 권한이 얼마나 큰지 느낀다"면서 "막상 무죄를 구형하니 나도 긴장이 풀린달까, 그런 심정이었다"고 이날 법정에 선 소감을 전하며 웃었다.
하지만 "그 무렵에는 워낙 권위주의 정부의 폭압체제가 강고해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며 "당시 검찰의 행위 자체를 비판하고 문제 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법원 판례상 긴급조치 행사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헌법 정신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했으니 그런 분들도 재심 청구의 기회가 열려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파란색 넥타이를 맨 양복 차림으로 법정에 선 김 장관은 "공직에서 국가의 일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감내하기로 했는데 검찰이 직권으로 다시 소를 제기했다"며 "재판부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1977년 11월 학내에서 유신 헌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1975년 5월 제정된 '긴급조치 9호'는 유신 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거나 개정이나 폐지를 주장·청원·선동·선전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했다.
이 조항은 2013년 3월 헌재에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처벌받은 이들이 법원의 재심을 통해 무죄 판단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과거사 반성' 차원에서 긴급조치 9호 위반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은 후 아직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145명에 대해 직접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김 장관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날 검찰과 김 장관의 변호인 모두 재판부에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최종변론을 했다.
재판부는 8월 17일 오후 김 장관의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김부겸, 40년만에 '긴급조치 9호 위반' 재심…"긴장 풀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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