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권 트럼프에 '부글부글'…장관·의원, 잇따라 트럼프 비판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최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을 비롯한 동맹 때리기에 나선 데 대해 독일 정가에서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 도입을 위해 추진하는 '노드 스트림 2 파이프라인' 사업을 언급하며 "독일은 러시아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러시아의 포로가 돼 있다"고 직격했다.
이를 놓고 지그마어 가브리엘 전 외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시대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독재자에게 생존을 보장해주면서 독일에는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이상 어떤 환상도 가질 수 없다"면서 독일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태도를 취하고 유럽연합(EU)이 단합해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가브리엘 전 장관은 미국이 많은 국방비 지출을 요구할 경우 EU는 이라크에서 미국의 실패한 군사개입으로 발생한 난민으로 지출한 수많은 비용을 미국에 돌려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사회민주당 대표를 지낸 가브리엘 전 장관은 지난 3월 메르켈 4기 내각이 출범하면서 외무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앞서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브뤼셀에서 취재진에게 "독일은 자유세계의 수호자 중 하나"라며 "우리는 러시아나 미국의 포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은 미국 NPR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은 러시아에서 60∼70%의 에너지를 수입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사실이 아니고 실제 수치는 9%"라고 반박했다.
사회민주당의 롤프 뮌체니히 의원은 성명에서 "미국은 단지 무역정책을 본능에 따른다"고 비판했다며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전했다.
독일의 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타깃은 메르켈 총리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U 외교안보 정책 연구기관인 ECFR의 요세프 야닝 베를린 지국장은 도이체벨레에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을 EU를 붕괴시키기 위한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국제안보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클라우디아 마이요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간 대서양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를 중시했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나 파리기후변화협정 등 주요 국제문제에 대해 유럽의 동맹국들과 입장을 달리해온 점을 지적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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