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등 경공모 회원 소환조사·압수수색·자금추적 통해 밑그림 완성
휴대전화 무더기 발견, 김경수 지사 자금추적도…핵심 의혹규명 나서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의 댓글조작 사건과 여권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14일 공식 수사에 들어간 지 18일째를 맞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금까지 기본 수사 기간 60일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면서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데 주력했다.
사건 핵심 인물인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을 연달아 소환해 조사하고, 압수수색, 자금추적, 현장조사를 병행했다. 특검팀은 이를 토대로 다음 주부터 수사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 허익범 특검팀 구성…드루킹 '수사 협조'
특검팀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역 인근 J빌딩에 사무실을 개소하고 공식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 준비단계에서 파견검사, 특별수사관 등 인력 구성에 애를 먹었지만 수사가 개시된 이후에는 순풍을 탔다.
수사 이틀째 드루킹 일당이 수감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압수수색하는 등 신속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의혹의 중심에 선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통해 드루킹이 '인사청탁'을 하려고 했던 대상자인 도모 변호사와 윤모 변호사의 자택·사무실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 김씨가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수사에 활기를 띤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달 28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차례 이뤄진 소환조사에서 김씨가 모두 협조적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실제 김씨는 처음 특검 사무실에 출석 '특검에 가서 다 말을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김씨와 함께 네이버 댓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는 '둘리' 우모(32)씨, '솔본아르타' 양모(34)씨, '서유기' 박모(30)씨도 줄줄이 조사를 받는 등 특검팀은 핵심 인물의 진술 확보에도 주력했다.
댓글조작 자동화 프로그램 '킹크랩' 서버를 다룬 '트렐로' 강모(47)씨, 경공모의 '금고지기'라고 불리는 '파로스' 김모(49)씨 등 경공모 회원들이 연일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 '인사청탁' 변호사 입건…휴대전화 등 추가 증거물 확보
수사에 진척도 보이고 있다. 특검팀은 일부 경공모 핵심 인물을 입건하고 새로운 증거물도 확보했다.
경찰 조사 때는 참고인 신분이던 도 변호사와 윤 변호사가 댓글조작 행위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파악하고 드루킹의 업무방해 혐의의 공범으로 입건했다. 이들은 드루킹 일당이 김경수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 '청와대 행정관' 등 자리에 인사청탁을 한 인물이다.
이런 인사청탁이 댓글조작에 따른 대가였는지를 밝히는 것은 김 지사의 연루 의혹을 밝히는 수사와 맞닿아 있다.
특검팀은 지난 10일에는 경공모의 '아지트'인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 현장조사를 나갔다가 휴대전화 21대와 유심(USIM)정보 53개를 추가로 확보했다.
특검팀은 이들 휴대전화와 유심정보가 킹크랩 작동과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관련자의 혐의 입증에 중요한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특검팀은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포털 3사 압수수색에서 댓글조작에 동원된 것으로 의심되는 추가 아이디의 가입 정보와 댓글 작성 내역 등을 확보했다. 이는 댓글조작이 언제부터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됐는지를 밝히는 단서로 활용될 전망이다.
◇ 자금추적 등 성과 기대…정치권 수사도 속도 전망
특검팀은 남은 수사 기간 김 지사 등 정치권의 연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의 불법자금 사용 내역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서 김 지사에 대한 계좌추적도 진행 중이다.
경공모 회원들이 김 지사에게 후원한 정치자금 2천700만원의 성격을 확인하고, 김 지사의 전 보좌관 한모(49)씨에게 드루킹 일당이 건넨 뇌물 500만원과 관련해 수상한 거래가 없는지 등도 규명할 방침이다.
이러한 자금추적 작업을 조만간 마무리하고 이달 말에는 관련자 소환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경공모와 김 지사를 둘러싼 각종 자금의 성격과 흐름은 이즈음에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드루킹 김씨와 김 지사의 일부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촘촘하게 수사망을 좁혀갈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김 지사가 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지켜보고서 이를 승인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 지사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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