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잉 따돌리고 '끝내기 홈런'
(울산=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36·롯데 자이언츠)가 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서 9년 만에 타이틀을 탈환했다.
이대호는 14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결선에서 1차 연장 접전 끝에 재러드 호잉(한화 이글스)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대호와 호잉은 결선에서 3-3으로 맞선 뒤 3아웃으로 치러진 1차 연장에 접어들었다.
호잉은 한 개도 치지 못한 데 반해 이대호는 1아웃이 되기 전 왼쪽 펜스를 빨랫줄처럼 넘어가는 홈런을 쏴 마지막에 웃었다.
홈런 레이스를 끝낸 끝내기 홈런이었다. 홈런 레이스에서 토종 선수가 우승하기는 2015년 황재균(당시 롯데) 이래 3년 만이다.
이대호는 2009년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결선에서 5개를 쳐 최희섭(1개)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해 홈런 레이스에서 윌린 로사리오(당시 한화)에게 밀려 준우승한 이대호는 "올해엔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며 굳은 각오를 드러낸 끝에 극적으로 홈런 챔피언에 올랐다.
이대호는 우승 상금 500만원과 인터파크에서 후원하는 LG 트롬 건조기를 받았다.
이대호는 입맛에 맞게 볼을 던져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배팅볼 투수 나종덕(롯데)에게 10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호잉은 준우승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전날 예선에서 최대 비거리 135m짜리 홈런을 쏜 호잉은 110만원 상당의 다이슨 무선청소기를 덤으로 챙겼다.
결선은 10아웃제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친 호잉은 3개를 펜스 바깥으로 넘겼다.
이대호는 9아웃에서 극적으로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큼지막한 세 번째 포물선을 그려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이대호는 전날 7아웃으로 진행된 예선에서 홈런 10방을 쳐 드림 올스타 대표로 뽑혔다.
호잉은 8개 아치를 그려 나눔 올스타 대표로 결선에 진출했다.
이대호는 "오랜만에 홈런레이스에서 1등 해서 기쁘다. 잘 던져준 종덕이에게 고맙다고 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9아웃까지 2홈런밖에 안 나왔던 상황을 돌아보며 이대호는 "못 치면 어쩔 수 없었다. 너무 힘이 없고 방망이가 무겁게 느껴졌었는데 종덕이가 공을 너무 잘 던져줘서 넘어갔다"고 말했다.
나종덕에게는 약속한 100만원을 최대한 빨리 주겠다면서 "빚진 것 같다. 내일 휴식하고 모래 연습할 때 바로 찾아서 줄 것이다"라며 웃었다.
나종덕에게 배팅 볼을 부탁한 이유도 설명했다. 이대호는 "원래는 작년에 던져준 이원석(삼성 라이온즈)에게 부탁하려고 했는데 손을 다쳤다고 하더라. 종덕이가 포수이고 공회전도 좋았다"며 "역시 홈런레이스는 배팅 볼 투수가 좋아야 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나종덕에게 100만원을 주고 남은 400만원은 롯데 동료들을 위해 쓸 계획이다.
이대호는 "제가 쓸 수는 없는 돈이다. 홈런레이스 중 저에게 물을 가져다 준 손아섭도 그렇고 선수단에 커피나 피자를 살 수 있는 만큼 사겠다"고 약속했다.
이대호는 "힘이 없고 쉬고 싶어서 홈런레이스에 처음에는 안 나간다고 했었다. 그런데 울산이 롯데의 제2 홈이니까 팬들이 많이 오신다고 해서 나왔다. 나오길 잘했다. 안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웃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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