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몰타, 유럽행 난민 또 떠넘기기…한달새 네번째

입력 2018-07-14 21:54  

이탈리아-몰타, 유럽행 난민 또 떠넘기기…한달새 네번째
목선 의지해 북아프리카 떠난 난민 450명, 최종 행선지 불투명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와 몰타가 어선을 타고 북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약 450명의 수용을 놓고 또 맞붙었다.
강경 난민정책을 밀어붙이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14일 "이들은 몰타 또는 리비아로 가야 한다"며 난민을 이탈리아로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허름한 목선에 의지해 리비아 해안을 떠난 것으로 추정되는 난민 451명은 일단 안전을 우려해 이날 오전 유럽연합(EU)의 국경통제 기구인 프론텍스의 구조선, 이탈리아 국경단속 경찰 소유 함정 등 선박 2척으로 옮겨진 상태다.
이들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 8명은 건강 이상으로 이탈리아 최남단 섬인 람페두사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살비니 장관은 난민을 태운 어선이 몰타 수역을 항해하던 전날에도 "몰타와 난민 밀입국업자, 이탈리아의 모든 박애주의자, 전 세계는 이 배가 이탈리아 항구에 들어올 수도, 들어와서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할 만큼 했다"며 이탈리아 진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살비니 장관은 이탈리아에 2014년 이래 난민 65만여 명이 쏟아져 들어온 사실을 지적하며, 이탈리아는 더는 유럽행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항만 관리 주무 부처인 교통부의 다닐로 토니넬리 장관 역시 "이 어선이 몰타 해역에 있는 만큼, 몰타 정부는 해사법에 따라 구조하고, 몰타에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몰타 정부는 이 같은 요구에 "어선이 이미 (몰타보다는) 이탈리아 영토인 람페두사 섬에 더 가까워진 상태일 뿐 아니라, 배에 탄 난민도 이탈리아로 가길 원하고 있다"며 이탈리아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탈리아와 몰타의 떠넘기기 속에, 이들 난민은 행선지를 정하지 못한 채 지중해를 떠도는 처지로 내몰렸다.
이탈리아와 몰타가 난민 수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지중해에서 구조한 난민 630여 명을 태우고 유럽으로 향하던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와 SOS 메디테라네의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 난민 230여 명을 실은 독일 비정부기구(NGO)의 선박 라이프 라인의 입항을 두고도 팽팽히 대치했다.
양국의 신경전 끝에 결국 아쿠아리우스는 스페인 중도좌파 정부의 허가를 받아 스페인 발렌시아 항으로 입항했고, 라이프 라인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 9개국이 난민을 분산 수용하는 조건으로 몰타에 닻을 내렸다.
스페인의 난민구호단체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의 구조선 역시 이탈리아와 몰타가 입항을 거부한 탓에 이탈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구조한 난민 59명을 내려놓았다.
한편, 지중해에서 구조된 북아프리카·중동 난민의 수용 문제는 지난달 출범한 이탈리아 새 정부 내부에도 균열을 일으켰다.
살비니 장관은 지난 8일 이탈리아 예인선 보스 탈라싸호에 의해 구조됐다가 추후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의 선박 디초티로 옮겨진 난민 67명의 시칠리아 항만 입항과 하선을 거부했다.
하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을 요구한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들 난민이 지난 12일 늦게 시칠리아 섬 트라파니 항에 내릴 수 있도록 전격 허용, 살비니 장관의 반발을 불렀다.


살비니 장관은 당초 난민 가운데 일부가 예인선 승무원들의 목숨을 위협한 것으로 전해지자, 이들을 '선박 납치범'이라고 부르며 처벌한 뒤 리비아로 보낼 계획이었다.
유니세프 등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이 예인선이 뱃머리를 리비아로 돌려 난민을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넘겨주려 하자 공포에 질린 난민들이 몇 분 동안 소동을 일으킨 것이라며, 승무원들을 협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칠리아 사법 당국은 이와 관련, 소요를 주동한 가나계 난민 등 2명을 연행해 조사 중이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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