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연산 오계' 멸종될라…"논산시 왜 이러나?"

입력 2018-07-15 15:30   수정 2018-07-19 16:17

천연기념물 '연산 오계' 멸종될라…"논산시 왜 이러나?"
'오계 혈통보전' 목적 마련 부지 어린이집이 10년째 점유 방치
오계 산란율 급격히 떨어지고 풍토병 폐사 심각…'직무유기' 감사 요청



(논산=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 천연기념물인 충남 논산시 연산 오계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10년 전 국비까지 들여 혈통보존을 위한 종계장 부지가 현 사육장 인근에 마련됐지만, 논산시가 손을 놓아 옮겨가지 못하는 사이 산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풍토병이 돌아 죽어 나가고 있다.
15일 논산시와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논산 연산면 화악리에는 천연기념물 265호인 연산 오계가 보호·사육되고 있다.
연산 오계는 우리나라의 재래종 닭으로, 198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가금류로서는 유일한 국가지정 문화재이다.
토종 오계는 살, 뼈, 깃털, 부리 등이 모두 검은색으로 궁중에 진상되던 논산 지방의 특산물이었으나 일본강점기를 거치면서 '오골계'로 불렸다.
우리나라는 2008년 4월부터 '오골계→오계'로 이름을 바꿔 부르고 있다.
그런데 국가 위임을 받아 이 천연기념물의 혈통보전 사업 관리와 감독을 해야 하는 논산시가 업무에 손을 놓다시피 하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연산 오계는 지속적인 근친교배로 연평균 산란율이 떨어져 현재는 10%대에 머물고 있다.
토양오염으로 인한 풍토병인 '흑두병' 등 고질적인 질병에도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현 사육장이 마을 진입로 대로변에 있고, 마을 안쪽에는 양계 대기업 계열의 대규모 농장이 있어 병아리와 큰 닭, 사료와 깔짚, 계분을 실은 차량이 수시로 천연기념물 오계가 뛰어노는 방사장 옆을 지나다닌다.
따라서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노출될 위험성도 매우 크다. 인근에서 AI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오계들은 감염에 따른 살 처분을 막기 위해 외딴 섬으로, 산속으로 피난 다니기 일쑤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재청은 '오계 혈통보전' 목적 등을 명시해 2008년 국비(70%)를 들여 마을 한적한 곳에 있는 폐교부지를 해당 자치단체인 논산시 명의로 매입했다.


하지만 이 부지는 현재까지 무려 10년간이나 본래 목적에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 부지에서는 어린이집이 1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논산시는 매입 당시 보상을 받고도 이전하지 않은 어린이집에 보조금까지 지원했다.
원생 20여명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폐교를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문화재청의 요청은 번번이 무시됐다.
논산시는 최근에야 겨우 '유상사용'을 허가하더니 이번에는 종계장을 짓기 위해 운동장에 있던 나무를 베어 민원이 발생했다며 사용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승숙 연산 오계 국가지정관리자는 "(논산시가) 그나마 (방치했던) 소극적인 행정을 지금은 적극적 방해까지 하고 있다"며 "더는 견딜 수가 없어 지난 5월에 한 총리실 탄원에 대한 보복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식으로 괴롭히는 게 공무원 갑질 아니고 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씨는 총리실 탄원에 이어 감사원에 논산시의 직무 유기에 대한 감사를 요청한 상태다.
jchu20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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