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쪽 "더위 쫓고 몸보신"…여러 사료 들어 '전통 보양식' 주장
동물보호단체 "반려동물 인구 1천만명…개 취식에 상상 초월한 고통"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개를 왜 먹느냐고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여름철이면 개를 먹으러 갔는데 그게 습관이 됐나 봐요. 또 개고기를 먹으면 일단 기운이 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꾸 생각나는 거 아닐까요?" (직장인 최모(38)씨)
"한국과 반대로 베트남과 중국에서는 추운 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며 개를 주로 겨울에 먹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고기가 어떤 효능이 있다는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방증이죠."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
1년 중 가장 덥다는 삼복(三伏) 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初伏)이 다가오면 개 식용 문제를 놓고 치열한 찬반 논쟁이 해마다 되풀이된다.
올해는 동물권단체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유기견을 입양한 점을 강조하며 초복인 17일 다양하고 이채로운 개 식용 반대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찬성론자들은 개고기를 전통 보양식으로 인정해 존중해달라는 목소리를 내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과학적 근거도 없는 잘못된 주장이라며 옛날부터 먹어왔다는 이유만으로 개 식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선다.
한국사람들은 언제부터 개고기를 보양식으로 먹은 걸까.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조선 시대 선조 때 집필을 시작해 광해군 때 발간한 '동의보감'과 헌종 때 쓰인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 등 사료에 개고기 효능이 기술된 것을 보면 오래전부터 개를 보신용으로 먹어왔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개고기가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고, 혈맥을 조절해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는 등 기력을 증진한다'고 나와 있고, 동국세시기에는 '개고기를 파와 함께 푹 삶은 것을 개장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먹고 땀을 흘리면 더위도 물리치고 보신도 된다'고 적혀있다.
나경수 전남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민속학회에 투고한 '대표적인 세시 절식의 주술적 의미'에서 "삼복더위에 보양식으로 먹는 절식 중 하나가 개장국"이라며 "개고기는 보양식으로서 기능해왔으며, 여기에는 더위를 물리친다는 주술적 효용이 있다는 믿음도 깔렸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12간지 동물의 하나인 개(戌)는 음양오행으로 보면 가을에 해당하고, 음에 속하는 동물"이라며 "개를 먹어서 가을을 앞당겨 여름 더위를 쫓는 사상학적 주술이 스며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鷄) 역시 가을과 음에 속해 복날 보양식으로 먹는 관습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물권단체들은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개고기를 먹는 것이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라서, 또는 개고기가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개 식용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케어 박소연 대표는 16일 "과거에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이러한 시민의식의 변화를 받아들여 과거에는 당연시되었을지라도 공공의 가치를 위해 개고기 식용을 금지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반려동물로 기르는 인구수가 1천만 명을 넘었다는 정부 통계가 나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개를 바라보는 보편적인 정서가 변하고 있으며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개를 사육, 도살, 취식하는 행위로 받는 고통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다"고 주장했다.
케어를 비롯한 개 식용에 반대하는 동물권단체들은 이러한 목소리를 초복인 17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낼 계획이다.
케어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시청광장에서 지난해 문 대통령이 입양한 유기견 '토리'를 모델로 만든 인형 전시회 'I'm Not Food(아임 낫 푸드)-먹지 말고 안아 주세요'를 개최한다. 동물해방물결은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개 도살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청와대로 꽃상여 행진을 할 예정이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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