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나자프 공항 시위대 한때 점거, 외국 항공사 비행편 잇단 취소
민생고 해결 시위, 정부의 부패 개혁 요구로 이어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남부 유전지대이자 원유 수출항이 있는 바스라 주(州)를 시작으로 한 민생고 시위가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격화되는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간) 이라크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바스라 주에서 시위대가 주 청사를 점거하려고 시도했고 이를 막는 경찰이 실탄을 발사했다.
경찰의 발포에 맞서 시위대는 보도블록이나 돌을 던지며 충돌, 시위대와 경찰 수십명이 다쳤다.
시위대는 심각한 실업난과 물·전기 공급 부족을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민생고 항의 시위는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규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이달 5일부터 수십명 규모로 시위가 시작돼 9일부터 수백∼수천명으로 불어나면서 본격화했다.
나자프, 나시리야 등 이라크 남부 주요 도시 곳곳에서도 전날에 이어 15일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나자프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14일 공항을 일시 점거하자 15일 이란 항공사들이 바그다드로 우회했고 아랍에미리트(UAE) 플라이두바이, 쿠웨이트항공, 로열 요르단항공이 나자프행 노선을 일시 중단했다.
이라크 정부는 수도 바그다드와 남부 주요 도시에 군을 긴급 배치했다.
시위의 진원인 바스라 주는 이라크의 주요 원유 생산지인 데다, 원유 수출량의 95%를 차지하는 물류 요충지여서 국내외 기업의 영업이 활발한데도 현지 젊은 층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바스라 주 출신의 젊은이를 외국 회사가 외면한다면서 누적한 불만이 커질 대로 커진 터였다.
이 때문에 시위는 주로 외국 대형 에너지 회사가 개발·운영하는 바스라 주의 주요 유전에서 일어났다.
또 기온이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물과 전력 공급이 부족해진 것도 시위에 불을 댕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이면서도 전력 인프라가 부족해 전기를 이란에서 수입하는 처지다.
2015년 7∼8월에도 물·전기 공급이 부족하자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정부의 부패와 무능에 항의하는 시위가 크게 일어났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는 당시 부랴부랴 부패척결위원회를 구성, 일부 고위 정치인과 관료의 부패 혐의를 추적하는 동시에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특별활동비를 감축하는 등 정부 예산을 줄이는 개혁 정책을 선보였다.
그렇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이라크 정부에 대한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말았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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