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회담 앞두고 '가짜뉴스' 공격…"모스크바 받아와도 부족하다 할 것"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헬싱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언론을 향한 '공격'에 나섰다.
6·12 북미정상회담 및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평양 회담 결과 등과 관련해 미국 조야에서 '빈손 논란'에 휩싸이며 비판론에 직면한 그는 미·러 정상회담을 놓고도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이어 이번에는 푸틴 대통령의 '페이스'에 말리는 게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이 있는 데다 '러시아 스캔들' 특검이 러시아군 정보요원 12명을 기소한 직후 이번 회담이 이뤄지는 점도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일정을 마치고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는 길에 올린 트위터 글에서 언론들이 북미정상회담 성과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며 또다시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9개월 동안 북한에서 미사일이나 로켓(발사)이 없었다. 핵 실험도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인질들도 돌려받았다"며 "이 모든 것이 종국적으로 어떻게 귀결될지는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왜 가짜뉴스들은 이 아주 멋진 사실들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냐. 왜냐하면, 가짜뉴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일 푸틴 대통령과 만나기를 고대하며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고 있다"며 "유감스럽게도 내가 정상회담에서 아무리 잘하더라도, 설령 내가 러시아가 지난 수년간 해온 모든 죄와 악에 대한 응징으로 위대한 도시 모스크바를 받아온다 하더라도 나는 돌아오면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추가로 받아왔어야 한다고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뉴스 미디어들이 실로 국민의 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리고 모든 민주당 인사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저항이고 방해인지 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이러한 증오와 불화가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녹화돼 이날 공개된 미국 CBS 방송 인터뷰 발췌본에서도 미러 정상회담 등에 대해 곱지 않은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한 듯 "나는 (정상들과) 만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중국, 북한과 회담을 하는 것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다"며 정상회담 신봉론을 펴며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한 것이 좋은 일이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관련, 러시아 군 정보요원들에 대한 기소 직후 미러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자신이 비난받을 것이라면서 언론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고 풀이했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선거 개입 문제에 대해 세게 맞서라고 촉구하고 있고, 반면 민주당 인사들 일부는 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미러 정상회담의 목표치에 대한 '하향조정'에 들어간 분위기이다. 앞서 미국 측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를 고수했다가 공동성명 내용이 이에 못 미치자 미국 내에서 '성과가 부족했다'는 후유증에 시달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CBS 방송 인터뷰에서 미러 정상회담의 목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낮은 기대치를 갖고 있다. 높은 기대를 하고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이날 ABC방송 인터뷰 "구체적인 결과물을 추구하지 않고 있다"며 특검의 러시아군 정보요원 무더기 기소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좋은 패를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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