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야권 인사가 주최한 강연에서 '반(反)원전'을 역설하며 원전 재가동 정책을 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압박했다.
16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총리는 15일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공동대표가 주최한 강연회에 강연자로 나서 "원전은 즉시 '제로(ZERO)'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원전 재가동 정책을 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맞서 '원전 제로'를 주장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강연은 자신의 오랜 정적(政敵)이며 '반(反)아베'를 기치로 내거는 오자와 대표의 초청을 받아 성사된 것이라는 점에서 정계와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오자와 대표는 고이즈미 전 총리가 총리였을 때 제1야당 민주당의 대표였다. 그는 반아베를 공통분모로 야권이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강연 후 기자들에게 "오자와 대표는 적이기도 했고 우리 편이기도 했다. 응어리는 없다"고 말했고, 오자와 대표는 "총리 경험자가 반원전을 주장하니 마음이 든든하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이라고 불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행보를 잇달아 하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5월에는 니가타현에서 열린 반(反)원전 집회에 참석해 야권이 지지하는 니가타현지사 후보와 악수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원전을 중단시키는데 보수인지 혁신(진보)인지는 의미가 없다. 나는 자민당 총재를 한 적 있는 보수다"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4월 주간지 인터뷰에서 아베 정권에 대해 "위험해졌다. 아베 총리의 (총리직) 사퇴는 현 국회가 끝나는 때가 아니겠느냐"고 말해 아베 총리의 사퇴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대중적인 인기면에서 아베 총리를 앞지르며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 발언을 쏟아내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수석 부(副)간사장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이번 강연 후 오자와 대표와 한 식사 자리에서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후보를 단일화하고 '원전제로'로 싸우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