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무역전쟁의 확대에 따른 우려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산 수입품에 무차별로 고율 관세를 부과한 탓으로 각국 증시가 약세로 돌아섰지만 ETF에 닥친 충격파는 더욱 컸다는 것이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ETFGI에 따르면 상반기에 전 세계의 EFT와 연계 상품에 순유입된 자금은 2천230억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분의 1 이상이 줄어든 수준이다.
EFT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로부터 신종 투자 수단으로 인기를 끌면서 지난 4년 동안 기록적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올해 상반기에 그 기세가 크게 꺾인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ETF에서는 지난달 5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유출됐다. 블랙록의 ETF가 상반기에 끌어들인 자금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63%가 줄어든 527억달러였다.
뉴욕 스테이트스트리트 은행의 ETT는 지난달 72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상반기의 ETF 자금 흐름도 순유출 상태로 전환됐다.
블랙록의 경쟁자인 뱅가드의 ETF가 상반기에 유치한 자금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8% 줄어든 430억달러에 그쳤다. 위즈덤 트리의 ETF에서도 상반기에 42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아문디와 UBS, 도이체방크의 자회사인 DWS가 운용하는 EFT도 모두 부진을 면치못했다.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등의 정치적 불안도 투자자들의 이탈을 재촉한 또 다른 요인이었다.
파리의 자산운용사 릭소르의 ETF는 상반기에 불과 2억3천300만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96%가 줄어든 것이다.
릭소르의 한 관계자는 2분기에 유럽 주식과 연계된 ETF에서 대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간 대신에 미국 주식과 원자재,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는 국채와 연계된 EFT에는 자금이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천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향후 투자자들의 리스크 감수 의지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런던의 경제 컨설팅 업체인 TS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상무이사는 "전 세계는 돌연 193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보호무역주의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보호무역주의가 대공황을 초래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장기화한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로스차일드 자산운용의 글로벌 투자 전략가인 케빈 가디너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불편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구 상에서 가장 개방적인 경제를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무역은 공정한 경쟁 무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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