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얼음 얹고 무더위 쉼터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더위 식혀
(밀양=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에어컨, 선풍기 없이 살 수 있습니까"
한낮 최고 기온이 36도를 기록한 16일 오후 경남 밀양시 영남루에서 만난 이태규(76) 씨는 "무더위 어떻게 견딥니까"라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밀양 토박이인 이씨는 "더위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3년 전부터 도시가 더 뜨거워진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여름 나는 게 힘겹다"고 말했다.
영남루에서 휴식을 취하던 다른 70∼80대 시민 10여 명은 연신 부채질을 하며 무더위를 견디고 있다.
영남루 기둥에 기대어 쉬던 한 80대 여성은 "너무 더워 집에 있으면 호흡이 안되는 같다"며 찜통더위를 설명했다.
밀양강변이 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은 영남루는 사방이 트여있고 강바람이 불어 더위를 식히려는 밀양시민과 관광객이 자주 찾는 장소다.
밀양은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릴 정도로 무더운 대구만큼 더운 곳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유재은 부산지방기상청 예보과 주무관은 "밀양은 내륙이면서 산지로 사방이 둘러싸인 전형적인 분지 지형이라 여름철 다른 지역에 비해 무덥다"고 소개했다.
실제 밀양은 천황산, 재약산, 화악산, 종남산 등 해발 1천m 안팎의 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이런 탓인지 밀양은 지난 13일부터 연일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평소 시민들이 자주 찾는 밀양시청 인근, 내일동 밀양전통시장, 밀양강 인근 도로에 최근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간혹 눈에 띄는 사람도 대부분 모자를 쓰거나 양산 또는 휴대용 선풍기 등을 들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달궈진 밀양 도심 아스팔트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영남루 주변에 있는 한 무더위 쉼터에는 70∼90대 시민 10여 명이 시원한 에어컨 아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버티고 있다.
한 80대 시민은 "무더위 쉼터가 6시에 문 닫으면 그때 집에 가는데 집은 에어컨도 없고 더워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밀양시는 에어컨과 선풍기 등이 설치된 무더위 쉼터 192곳을 운영, 고령의 시민에게 시원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비슷한 시각 밀양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은 "3년 전부터 무더위가 더 심해진 것 같다"며 "바닥에 물을 뿌리지 않으면 채소가 다 말라 버릴 것 같아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다른 상인도 온도를 낮추기 위해 바닥에 물을 뿌렸지만 금세 말라버렸다.
대부분 상인은 선풍기를 켜놓고 무더위를 식혔다.
밀양강 주변 커피숍에 만난 한 시민은 커피숍에서 얻은 얼음을 머리에 얹어 더위를 식혔다.
무더위에 사람뿐 아니라 가축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밀양지역 축산농가는 무더위로 폐사하는 피해를 막으려고 가축에 냉수를 공급하면서 축사에 환기 팬과 선풍기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이 지역 축산농가는 지난해 기준 소 2만7천900여 마리, 돼지 7만1천500여 마리, 닭 100만 마리를 기르고 있다.
김봉재 밀양시 농업기술센터 축산기술과 주무관은 "아직 폐사 신고는 없지만 매년 5% 정도의 가축이 더위로 폐사한다"며 "축사 내 온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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