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뤼팽' 고향 프랑스도 놀란 한국 전집 결정판

입력 2018-07-17 06:03  

'괴도 뤼팽' 고향 프랑스도 놀란 한국 전집 결정판
번역가 성귀수 "발굴작 두 편과 오리지널 삽화 집대성은 세계 최초"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괴도신사 뤼팽'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1864∼1941)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가 전집으로 출간됐다.
저작권이 풀린 작품이어서 그동안 국내 여러 출판사에서 여러 번역가의 손을 거쳐 전집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전집은 뤼팽 시리즈 번역으로 가장 유명한 성귀수 씨가 2003년 펴낸 전집에 최신 발굴된 작품 7편과 직접 수집한 오리지널 삽화 370여 컷을 넣어 새롭게 펴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아르테 펴냄)이라는 제목을 달고 10권으로 나왔다. 단편 38편, 중편 1편, 장편 17편, 희곡 5편이 한데 묶였다. 원고지 3만 매에 달하는 분량이다.
번역가 성귀수 씨는 이번 전집을 "2018년 현재까지 이른바 '뤼팽 정전(canon lupinien)'으로 분류, 거론되는 모든 문헌을 총망라한 세계 유일의 판본"이라고 자부했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작품은 '아르센 뤼팽, 4막극', '아르센 뤼팽의 귀환', '부서진 다리', '이 여자는 내꺼야', '아르센 뤼팽의 외투', '아르센 뤼팽과 함께한 15분',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사랑' 등 7편이다.
이 중 장편인 '…마지막 사랑'은 2012년 프랑스와 한국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바 있어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은 6편이다. 이 중 '이 여자는 내꺼야'와 '아르센 뤼팽과 함께한 15분'은 프랑스에서도 아직 제대로 공개된 작품이 아니다. 성 씨가 어렵게 추적해 원고를 구한 것으로, 책으로 출간되기는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6일 연합뉴스에 "두 작품은 제목과 존재만 알고 있다가 지난해 말 한 뤼팽 관련 커뮤니티에서 누군가가 '어느 잡지에서 본 것 같다'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 추적을 시작했다. 이후 뤼팽 관련 잡지를 뒤지다가 '아르센 뤼팽의 친구들 협회'라는 단체에서 회원들만 공유하는 잡지에 이 작품을 수록한 사실을 알게 돼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단체에 이메일을 열 번쯤 보냈는데, 답장이 없었어요. 안 되겠다 싶어 제가 누구인지 자세히 쓰고 전집을 번역한 사실과 관련 기사를 모두 모아 보냈더니 그제야 답장이 오더군요. 반갑다면서 올해 초 선물처럼 원고와 자료를 보내주고, 전집을 새로 낸다고 했더니 그 단체 기관지에 이 소식을 기사화해주는 등 막바지에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바람에 완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두 작품은 지금도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에요. 프랑스에서도 놀라워하는 게 아르센 뤼팽 작품들이 다 뿔뿔이 나뉘어 나왔을 뿐 하나의 전집으로 묶은 것은 없다는 거예요."



'아르센 뤼팽의 친구들 협회'는 사르트르의 최측근이었던 철학자 프랑수아 조르주가 뤼팽의 사상과 행동을 널리 알린다는 목표로 1985년 설립한 단체다. 작가 르블랑의 손녀를 비롯해 앙드레 콩트스퐁빌, 자크 드루아르, 필리프 라데 같은 철학자들과 작가들, 뤼팽 역할을 도맡아 해온 배우 조르주 데크리에르 등이 회원으로 몸담은 바 있다. 이 단체 현 회장인 에르베 르샤 씨는 이번 전집에 추천사를 써주기도 했다.
"아르센 뤼팽의 모험담 전체를 하나도 빠짐없이 단일 전집으로 묶었다는 사실! 정말이지 엄청난 기획과 추진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괴도신사의 조국인 프랑스에서조차 아직 그러한 과업은 실현된 적이 없고, 각양각색의 장편소설과 단편소설, 희곡작품이 수많은 판본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입니다. 모리스 르블랑과 그가 창조한 아르센 뤼팽은 그 품격에 어울릴 훌륭한 보석함을 마땅히 갖춰야 할 보석 같은 존재지요. 신출귀몰한 매력의 괴도신사를 위하여 작가가 펼쳐낸 모든 재능과 창의력, 상상력은 이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결정판 전집이 되어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삽화도 2003년 전집에 실린 것들이 모사였음을 뒤늦게 알게 돼 이번 전집을 내면서 4년간 오리지널 삽화를 일일이 다 찾아내 입수했다고 한다. 분량도 전에 비해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성 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셜록 홈스만 떠올리는데, 사실 추리문학 종주국은 영국이 아닌 프랑스다. 번역가로서 18세기 중반부터 20세기까지 프랑스 추리소설 전통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싶어서 그동안 대표작들을 번역해 소개해왔다. 그 중요한 과정이 뤼팽 전집"이라며 "우리나라 독자들도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추리소설의 뿌리에도 관심을 두고 폭넓게 즐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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