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청…독일·프랑스·몰타·스페인·포르투갈·아일랜드 분산 수용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와 몰타의 떠넘기기로 행선지가 불투명하던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 약 450명이 유럽연합(EU) 7개국의 분산 수용 결정에 따라 이탈리아 항만에 안착했다.
뉴스통신 ANSA 등 이탈리아 언론은 난민 부담을 분담하자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의 호소에 프랑스, 몰타에 이어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호응함에 따라 이들을 태운 선박 2척이 16일(현지시간) 시칠리아 섬 포찰로 항에 도착, 배에서 내렸다고 보도했다.
앞서 유럽연합(EU)의 국경통제 기구인 프론텍스의 구조선과 이탈리아 국경단속 경찰은 14일 오전 리비아 해안을 떠난 목선에서 이들을 구조한 바 있다.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겸 부총리가 당초 난민들이 몰타나 리비아로 가야 한다며 이들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탓에, 이들은 이틀 전부터 시칠리아 앞바다에서 대기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콘테 총리는 지난 달 EU 정상회의에서 EU가 난민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지적하며 EU 27개국 정상에게 편지를 보내 공동 대응을 촉구했고, 독일 등 5개국으로부터 난민을 50명씩 자국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들 5개국에 이어 아일랜드도 난민 20명을 수용하기로 합의해 이번에 구조된 난민들을 분산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국가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총 7개국으로 늘었다.
콘테 총리는 다른 나라가 난민 일부를 수용한다면 이탈리아가 나머지를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콘테 총리는 이 같은 결과에 "이것은 우리가 유럽에 항상 요구해온 연대와 책임"이라며 "지난번 EU 정상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된 뒤 (난민 위기와 관련한) EU 차원의 연대와 책임이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고 반겼다.
살비니 부총리 역시 이탈리아가 구조된 난민 전원을 떠안지 않게 된 것을 '정치적인 승리'라고 부르며 유럽의 난민 분산 수용 결정을 환영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그러면서도 "난민 부담 공유는 뚜렷한 첫 진전임에는 분명하지만, 진정한 해결책은 유럽 국가들이 난민 부담을 나누어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난민들의 출발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EU는 이것만이 이 터널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해법임을 납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 목표는 규정을 바꿔 리비아 항만들을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리비아가 난민들에게 위험하다는 오랜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이 같은 발언에 대해 EU 집행위원회의 나타샤 베르토 대변인은 "어떤 유럽 선박도 리비아에 (난민들을)내려놓지 않는다. 이는 리비아가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인권단체와 유엔 등 국제기구는 난민들이 리비아의 수용 센터에서 고문, 폭행, 강제노역, 강간 등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에 구조된 약 450명의 난민 역시 리비아의 난민 센터에서 영양실조와 옴 등의 질병에 시달렸다고 플라비오 디 자코모 국제이주기구(IOM) 대변인은 밝혔다.
디 자코모 대변인에 따르면 또 이들 난민들 가운데 약 30명이 지중해에서 구조되기 하루 전 멀리서 다가오는 배에 접근하려는 희망을 품고, 정원 초과 상태의 목선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미성년자를 포함해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편, 이탈리아의 난민 분산 수용 요구를 모든 EU 국가가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난민에 완강히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동유럽의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이른바 '비세그라드 4개국'(V4)은 난민 분산 수용을 거부했다.
특히 체코의 경우 안드레이 바비스 총리가 난민 분산 배치 계획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고 평가하며, 콘테 총리의 호소를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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