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계가 미·러 잘 지내길 바라"…푸틴 "접촉 계속돼야"(종합)

입력 2018-07-16 22:38  

트럼프 "세계가 미·러 잘 지내길 바라"…푸틴 "접촉 계속돼야"(종합)
미·러 정상, 헬싱키서 첫 공식 회동…푸틴 도착 늦어 회담 지연
트럼프, 러의 美대선 개입 언급 안해…"미·러 관계 악화 미국 탓"
"미·러, 핵무기 90% 보유 나쁜 일…뭔가 할 수 있기를 소망"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오후(현지시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있는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첫 공식 정상회담을 위해 대좌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오후 1시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푸틴 대통령의 헬싱키 도착이 당초 계획보다 30분 이상 늦어지면서 1시간 이상 늦게 시작됐다.
특히 이날 회담은 미국 법무부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때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 캠프의 전산망을 해킹한 혐의로 12명의 러시아 첩보원을 기소한 가운데 열려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전통적인 우방이었던 유럽연합(EU) 등은 신랄히 비판하고, 러시아와 북한 등 미국의 '숙적'에 대해선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와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는 EU 회원국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과도한 양보'를 하지 않을까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왔다.
더욱이 그동안 러시아를 "적도 친구도 아닌 경쟁자"라고 규정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EU를 '적'이라고까지 언급했던 터여서 EU 국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회담에선 푸틴 대통령 일행이 먼저 회담 장소인 대통령궁에 도착해 있다가 트럼프 대통령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자신의 지각 도착으로 회담 시간이 늦어진 것을 만회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단독회담을 시작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환대해주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최근 몇 달간 전화 통화도 하고 다양한 국제행사에서 서로 만났는데 우리의 접촉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양자 관계와 전 세계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할 때"라면서 이날 토론할 의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깊이 있는 대화를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에서 폐막한 월드컵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며 푸틴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월드컵 대회였다. 역대 대회 중에서 가장 잘 치른 대회였고, 러시아팀도 잘했다"고 축하를 건넨 뒤 "나도 경기를 많이 지켜봤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교착상태에 빠진 미·러 관계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러 관계를 최악의 상태라고 평가한 뒤 "전 세계가 우리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면서 "러시아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푸틴 대통령과 통상, 핵, 군사문제와 중국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두 핵 강국이 (전 세계) 핵무기의 90%를 갖고 있다. 이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나쁜 일"이라면서 "이것은 긍정적인 군사력이 아니라 부정적인 군사력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뭔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것들 중에서도 그것(핵무기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해 핵 군축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러 관계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혀온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분사태 무력 개입 및 크림반도 병합, 러시아의 시리아 알 아사드 대통령 지원,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기도 사건에 대한 러시아 배후 의혹 등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난 2016년 대선에서의 러시아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 등을 언급하며 미·러 관계가 "여러 해 동안 미국의 바보스러움과 어리석음 덕분에, 지금은 조작된 마녀사냥으로 지금보다 더 나빴던 때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푸틴과의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조찬회담을 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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