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 경찰 '흑인 이발사 사살' 과잉대응 논란 재점화

입력 2018-07-17 06:18   수정 2018-07-17 09:52

美시카고 경찰 '흑인 이발사 사살' 과잉대응 논란 재점화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경찰의 인종차별·무력남용 관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6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시카고 남부 흑인 밀집 지역 주택가 인근에서 30대 주민이 경찰의 총격을 받고 숨진 이후 항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경찰과 주민 간 갈등 기류가 다시 조성되고 있다.
3년 전 흑인 사살 사건 조작·은폐 의혹으로 전국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시카고 경찰은 이번에는 전례 없이 사건 발생 하루 만인 15일 총격 현장 동영상을 전격 공개했으나 '흑인 상대 과잉대응'을 주장하는 주민의 분노와 의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숨진 남성의 신원은 사건 현장 인근 '사이드라인 스튜디오' 이발관에서 이발사로 일해온 하리스 어거스터스(37)로 확인됐다.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어거스터스는 도로변 인도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던 중 또 다른 경찰관 두 명이 다가와 뒤에서 제압하려 하자 몸을 피해 차도로 뛰어든다.
시경 대변인은 "어거스터스가 총기를 소지한 것으로 보여 지원 경관들이 조사를 위해 다가갔다"며 "그가 반발해 달아나면서 총기 소지 추정 부위에 손을 가져가 경관 한 명이 총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총을 쏜 경관은 지난해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아직 수습 기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거스터스는 등에 여러 발의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사건 발단을 목격한 주민 글로리아 레인지(41)는 "경찰관이 어거스터스에게 '낱담배를 팔지 말라'고 했고 어거스터스가 '그런 일 없다'고 부인하면서 분위기가 격양됐다"고 전했다.
이웃 주민들은 "어거스터스가 총기 면허를 갖고 있으며, 총격을 받을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서 "흑인이어서 경찰이 과잉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거스터스의 동료인 안토인 하우웰(42)은 "사건 발생 직전 어거스터스가 이발을 해주었다"며 "다섯 살짜리 딸이 있고, 조용한 성품으로 누구도 성가시게 하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당국은 어거스터스가 유효한 총기 소지 허가증을 갖고 있으나, 총기 은닉 휴대 허가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거스터스가 갱 조직에 가담해있지 않고, 10여 년 전 경범죄 단속에 걸린 일이 있으나 유죄 선고를 받은 기록은 없다"고 확인했다.
총격 발생 후 현장 인근에 있던 주민들이 항의하며 경찰과 충돌했고 일부는 돌과 물병을 던지거나 몸싸움까지 벌였다. 거리로 쏟아져나온 사람 수가 늘면서 시위가 격해지자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며 해산을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 4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동영상이 공개된 15일 오후에도 주민 100여 명이 사건 현장 인근에 모여 집회를 하고, 간선도로를 행진하며 시위를 벌여 일대 교통이 통제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시카고 경찰이 조직 문화를 쇄신하고 용의자에 대한 가혹 행위와 과잉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달라진 것이 없다"며 람 이매뉴얼 시장과 에디 존슨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이 행정·사법당국에 대한 흑인사회의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들어 오는 11월 열리는 중간선거와 내년 봄 치러지는 이매뉴얼 시장 3선 도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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