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수 점거 속 소셜미디어는 마지막 공개 토론장
국제인권단체 "엘시시 정권 언론자유·반대의견 탄압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이집트 의회가 16일(현지시간) 팔로워가 5천 명이 넘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언론으로 간주, 당국이 이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AFP통신 등이 이날 전했다.
'가짜 뉴스' 단속을 명목으로 한 이번 법안은 팔로워가 5천 명이 넘는 소셜미디어 계정 사용자를 미디어 규제 최고위원회의 감독 아래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고위원회는 가짜 뉴스 혹은 법률 위반, 폭력, 증오를 조장하는 어떠한 정보라도 게재하거나 방송하는 개인 계정을 중단하거나 차단할 권한을 갖게 된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는 종교를 모욕하고 증오를 부추겼다는 등의 모호한 혐의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자를 기소할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인권단체 등은 이번 조치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정권의 언론자유와 반대의견 탄압이 강화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집트 주요 매체 대부분이 친(親)정부 언론이고 독립 뉴스 웹사이트는 빈번하게 차단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표현의 자유가 남아있는 소셜미디어를 통제하려는 시도로, 정권을 비판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집트에서는 2013년 경찰이 허용한 집회를 제외한 모든 시위가 금지된 이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가 마지막 남은 공개 토론장의 역할을 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북아프리카 담당자는 "이러한 법들은 대규모 검열을 합법화하고 이집트에서 표현의 자유 탄압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3월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하며 권력을 굳힌 이집트의 권위주의적 통치자 엘시시 대통령은 최근 몇 달 동안 온라인에서 정치, 경제 상황 등에 대한 비판에 시달려왔다.
지난달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자 수만 명이 즉흥적으로 시작된 엘시시 대통령 퇴진 요구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집트는 지난 4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180개국 가운데 161위를 차지한 국가로, 현재 30명이 넘는 언론인이 수감돼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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