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형의 비대위 권한·기한·인선에 계파 갈등 내재
당내 저항 거셀 경우 영일 없는 대결에 에너지만 소진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자유한국당이 17일 전국위원회에서 쇄신을 이끌 혁신비대위원장으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추인하면서 당 내홍은 일단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비대위 권한이나 활동 기간, 위원 구성 등 세부적으로 정리해야 할 사안들을 둘러싸고 계파 간 갈등은 언제든 폭발할 소지가 있다.
특히 친박(친 박근혜)계와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해 온 중진들이 합세해 비대위를 흔들 경우 혁신이라는 허울만 남고 인적청산과 같이 현 지도부가 겨냥한 목표는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
어차피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당헌·당규에 뚜렷하게 명문화된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비대위 권한이다.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은 "총선 공천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칼을 드리겠다"며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해왔다. 당은 다르지만 20대 공천에 영향권을 행사했던 '김종인식 모델'을 벤치마킹해 인적청산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친박계는 강력히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다음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으로 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당 외부 인사에게 전권을 주는 데 대한 반감도 팽배하다.
활동기한을 놓고도 시작부터 기한을 한정할 수는 없다는 의견과 3개월 이내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김 대행은 전날 회견에서 기간과 관련해 "무작정 비대위가 늘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의 쇄신과 변화를 위한 역할을 마쳤을 경우'라는 전제 조건을 붙여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헌 120조도 '비대위는 비상상황이 종료된 후 소집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될 때까지 존속한다'고 정하고 있어 따로 기간 제한은 없다.
전날 의총에서도 활동기한을 두고 의견이 오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다시 의원총회나 연찬회를 열어 논의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김진태 의원 등은 "활동기한을 3개월 이내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각에서는 비대위 체제가 너무 오래가는 것은 비정상적이니 기간을 짧게 가져가야 한다고 동조했다.
한 친박계 의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선거가 있는 해도 아니어서 당 문제는 크게 할 일이 많지는 않으니 기간은 3개월 이내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면 비대위원장이 제대로 역할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비대위원 구성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당헌에 따르면 비대위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한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상임전국위 의결을 거치게 돼 있다. 위원들의 계파 안배나 정치적 성향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던 역대 전례를 볼 때 금세 끝날 문제가 아니다.
특히 비대위 체제가 꾸려지면 통상 원내대표는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참여해왔지만, 친박계는 절대 반대다.
이에 따라 내주 중 '김병준 비대위' 인선안 추인을 위한 상임전국위를 열 예정이지만 비대위 권한과 기한, 인선 등을 둘러싸고 재충돌할 개연성이 짙다.
한국당 비대위원장 김병준 "계파·진영논리 적당히 안 넘어가"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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