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등 '탁상행정' 질타하며 기강잡기…3년 만의 대사면으로 민심 결집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년 만의 대사면으로 주민들의 결속 강화를 꾀하는 동시에 노동당과 내각 간부들을 강하게 질책하며 '당근과 채찍'을 사용한 사회 분위기 다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김 위원장이 어랑천발전소 건설 공사장을 비롯해 함경북도 일대의 각종 경제현장을 찾아 질타한 소식을 17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이날 보도된 김 위원장의 질책 발언은 내각과 노동당 경제부·조직지도부 등 중앙의 상위 기관들이 현장을 살피지 않고 '탁상행정'을 한다는 데 집중됐다.
그는 어랑천발전소 건설 답보와 관련해 상부 기관이 '말공부'만 하고 있다며 "현장에 나와보지 않으니 실태를 알 수 없고 실태를 모르니 대책을 세울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경제부·조직지도부의 담당 부서들에 대해서도 "밤낮 사상투쟁의 방법으로 총화하겠다는 소리나 하고 제기된 자료를 해당 부문에 보내주겠다는 것이 고작 세우고 있는 대책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을 돌아보면서도 "내각의 경제사업 지도능력과 화학공업 부문의 실태를 두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제정책 집행의 '컨트롤타워'인 내각을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의 경제 부문 질책이 이례적으로 계속되는 것은 경제정책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서도 일선 관료들은 탁상행정 등 기존의 사업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실망감의 표현일 수 있다.
미·중과의 정상회담으로 대외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을 경제발전에 활용하려면 내부적으로도 그만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채근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내실이 갖춰져 있어야 개방과 내부적 개혁이 균형을 잡을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라며 "그래서 현지지도를 통해 (경제 부문에) 엄하게 징벌적인 이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격려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상대로는 정권 수립 70주년을 기념한 '대사'(大赦·대사면)를 시행하며 사회적 '통합'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대사면을 단행하는 것은 광복 및 노동당 창건 70주년이던 2015년 이후 3년 만이다.
북한 매체들은 전날 대사면을 결정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보도하며 "김정은 동지의 숭고한 인민 중시, 인민 존중, 인민 사랑의 정치에 의하여 당과 인민 대중의 혈연적 유대는 비상히 강화"되고 있다고 선전했다.
이번 대사면이 김 위원장을 향해 기층 민심을 결집하고 주민들의 충성도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른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건 김정은 정권은 일반 주민들에게는 김 위원장의 애민(愛民) 면모를 강조하는 반면, 관료들에게는 '세도와 관료주의' 타파를 요구하면서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등 서로 다른 대응 방식을 보이는 것이다.
더군다나 고위 관료를 향한 김 위원장의 질책은 주민들의 호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체제 결속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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