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소득 하위 20%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이 내년부터 30만 원으로 오르고 저소득가구에 주는 근로 장려금도 크게 확대된다.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청년들에게는 월 50만 원 한도에서 6개월간 구직활동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최대 월 30만 원씩 3개월까지만 지급됐다. 부양의무자 가구에 소득 하위 70% 노인이 있을 때 주려던 생계급여는 당초 계획보다 3년 앞당겨 내년부터 지급한다. 한부모 가족 아동양육비 지원을 확대하고 노인 일자리도 8만 개 늘린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7일 당정협의에서 이런 내용의 '2018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저소득층 지원대책'에 합의했다.
저소득층 지원대책에는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정부는 핵심 경제정책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창출에 나섰으나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이 부각됐다. 재앙 수준의 청년 실업률은 떨어질 줄을 모르고, 가계소득 양극화도 개선되기는커녕 더 심해졌다.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국민이 피부로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정책을 힘있게 끌고 가려면 고용·소득 취약계층 지원대책이 절실했다. 올해 1분기 5분위 배율로 평가한 통계청 조사결과가 대책의 절박성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가계 소득수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이 5.95배로, 2003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게 나와서다. 저소득층의 수입을 늘려 소득 양극화를 줄이고 경제성장을 끌어올리려던 소득주도성장 정책 목표와는 정반대의 당혹스런 결과였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통계청 발표 5일만인 지난 5월 29일에 청와대에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소득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 소득분배 악화에 따른 취약계층 지원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번에 나온 저소득층 지원대책은 그 연장선에서 마련된 것이다.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사람이나 노인 빈곤층, 취업절벽 앞에선 청년층,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 근로자에게 대책이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위해 임대료, 카드수수료 인하 등의 대책이 더해졌다.
당정이 어렵게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해도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 큰 그림만 그려졌지 재원조달이나 실행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것도 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후속대책으로 일자리 안정자금을 확대할지에 대한 당정 간의 입장도 결이 다른 것 같다. 근로장려세제(EITC)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은 나왔지만 어떤 수준으로 어디까지 확대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추후 별도 당정협의를 통해 최저임금 지원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상가 임대차보호법처럼 정부가 이미 대책을 밝혔으나 국회에 묶여 있는 것도 있다. 당정은 취약계층의 목소리도 좀 더 세심하게 들어 사각지대가 없도록 정책을 보완하고 필요하다면 야당을 설득해 지원대책이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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