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EU, 자유무역협정 서명…공동성명서 "보호주의와 싸울 것"(종합2보)

입력 2018-07-17 23:53  

일본·EU, 자유무역협정 서명…공동성명서 "보호주의와 싸울 것"(종합2보)
세계 GDP의 30% 차지 최대급 자유무역지대 탄생…내년 3월 발효 목표
한국, EU 시장 공략에 '빨간 불'…한·EU FTA 발효 따른 '선점효과' 사라져

(도쿄·브뤼셀=연합뉴스) 김정선 김병수 특파원 = 일본과 유럽연합(EU)은 17일 도쿄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연대협정(EPA·EU측 명칭 경제동반자협정)을 공식 체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후 도쿄(東京)에 있는 총리관저에서 EPA에 서명했다.
협정이 발효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 무역총액의 40%를 차지하며 6억 명의 인구가 속한 세계 최대급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게 된다.
이번 EPA 체결은 보호무역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고 양측은 밝혔다.
양측은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이전인 내년 3월까지 이 협정이 발효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브렉시트 이전에 발효돼야 EU는 물론 내년 3월 30일 EU를 탈퇴하는 영국에도 협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협정은 일본 정부와 EU 28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비준해야 공식 발효된다.
일본 정부와 EU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이번 서명은 "역사적 일보로, 보호주의에 대항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또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 체제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고 "보호주의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고위급 산업·무역·경제 대화를 신설, 첫 번째 모임을 연내 개최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서명 후 기자회견에서 "보호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과 EU가 자유무역의 기수로서 세계를 주도해 간다는 뜻을 세계에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조기 발효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 21조 달러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급의 선진경제권이 탄생할 것"이라며 "21세기에 맞는 높은 수준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의 틀을 만들어 아베노믹스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테러대책과 유엔 개혁 분야 등에서 협력을 추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SPA)에도 서명한 것에 대해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자유무역의 기치를 높게 걸고 EU와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투스크 의장은 EPA 서명 후 행한 연설에서 "EU와 일본간 관계는 어느 때보다 돈독하다.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더 가까웠던 적이 없다"면서 "외교정책에 있어 EU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보장하기 위해 평양을 압박하는 일본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투스크 의장은 "우리는 북한의 모든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종식되기를 원한다"면서 "우리는 또한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EPA가 발효되면 일본의 GDP를 약 1% 높이고 29만 명의 고용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품목 수 기준 최종 관세 철폐율은 일본 측 94%, EU 측 99%로 돼 있다.
양측은 지난해 7월 큰 틀에서 합의를 선언한 뒤 세부 내용을 협의, 지난해 12월 협상 전체를 타결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당초 이번 서명을 위해 유럽을 방문하려 했으나 최근 일본 서부지역 폭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 방문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한편, EU와 일본 간 EPA가 마침내 공식 체결되고, 이르면 내년 3월 발효될 예정이어서 EU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 관계인 한국은 대(對) EU 시장 공략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지난 2011년 발효된 한·EU FTA에 따른 관세철폐 등으로 인해 EU 시장에서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으나 EU·일본 간 EPA가 발효되면 이런 혜택을 더는 누리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j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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