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팩트' 창설자 빌 어데어 듀크대 교수·알렉시오스 만찰리스 IFCN 국장 방한
"정보 가이드 필요에 따라 팩트체크 대두"·"알고리즘 활용 자동 검증 기술 개발"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팩트체크(Factcheck·사실검증)로 인해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반복할 가능성이 부쩍 낮아졌습니다."
세계적인 팩트체크 전문가인 빌 어데어 미국 듀크대 교수는 17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박사 과정 학생의 연구 결과 2012년,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후보자를 상대로 팩트체크를 거친 뒤 거짓으로 판명 난 경우 해당 주장을 하는 횟수가 감소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어데어 교수는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가 18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하는 '2018 팩트체크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기자 출신인 어데어 교수는 탬파베이 타임스 워싱턴 지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2008년 미 대선 후보자의 공약과 발언을 면밀히 검증해 보자며 정치 전문 팩트체크 사이트 '폴리티팩트(PolitiFact)'를 만들었다. 폴리티팩트는 이듬해 웹사이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어데어 교수는 "백악관과 의회를 담당하면서 보니 대통령, 상원의원이 하는 이야기를 검증 없이 그대로 전달하고 있었다"면서 "제대로 된 진실을 알리지 않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고 폴리티팩트 창립 취지를 설명했다.
폴리티팩트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각 발언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진실 검증기(Truth-O-Meter)'다. 담당 기자가 검증을 마치면, 에디터 3명이 '진실(truth)'부터 '새빨간 거짓말(pants on fire)까지 6단계로 등급을 매긴다.
어데어 교수는 "에디터가 마치 법원 배심원단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여년간 1만5천여건을 검증한 폴리티팩트는 어느새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팩트체커의 롤모델이 됐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어데어 교수와 함께 기조연설을 하는 알렉시오스 만찰리스 국제팩트체크네트워크(IFCN) 국장은 "전 세계에 149개의 팩트체크 사이트가 활발히 활동 중이며 대부분 폴리티팩트와 같은 등급제 평가 방식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의 게이트키퍼(gatekeeper) 기능이 점차 소멸하고 정보생태계 가이드 역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팩트체크 보도가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최근 부쩍 관심을 기울이는 화두는 '팩트체크 자동화'다.
어데어 교수는 "정치인이 토론이나 연설에서 한 발언을 즉각 검증해 그 결과가 컴퓨터나 TV 혹은 애플리케이션 화면에 곧바로 뜨도록 하는 방식의 자동화가 시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올해 미국의 다른 팩트체크 기관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애플리케이션 '팩트스트림(FactStream)'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듀크대 실험실에서 '테크 & 체크 얼러트(Tech&Check Alerts)'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봇'이 알고리즘에 따라 사실 확인이 필요한 발언을 찾아내 팩트체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어데어 교수는 "사람이 직접 찾는 것보다 10배 정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 덕에 뉴스 소비자도 혜택을 누리고 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 사용자가 "알렉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는지 팩트체커에게 물어봐 줄래?"라고 말하면, 인공지능(AI) 비서인 알렉사가 워싱턴포스트(WP)의 기존 팩트체크 기사를 검색해 답변해주는 식이다.
어데어 교수는 "정치인의 연설을 텍스트로 전환한 뒤 방대한 데이터와 매칭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최근 만족스러운 작업 결과가 나왔고 내년쯤에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만찰리스 국장은 "현재로서는 사람이 하는 팩트체크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동화를 하는 것"이라며 "100% 자동화는 아직 먼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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