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유출 방지' 노린 국내 증시 수급 안정책 성격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중국 본토의 증권거래소들이 차등의결권이 적용된 홍콩 상장 주식의 거래를 차단했다.
현재 홍콩 증시에서 차등의결권이 허용된 종목은 최근 상장한 샤오미가 유일하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샤오미 투자를 제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양대 거래소인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는 지난 14일 홍콩 증시 상장 종목 중 차등의결권이 적용된 종목을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 거래)과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 거래) 거래에서 '당분간' 제외한다고 밝혔다.
새 지침은 16일부터 적용됐다.
후강퉁·선강퉁 도입 후 중국 투자자들은 모든 홍콩 증시 상장 종목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샤오미 주식을 더는 자유롭게 살 수 없게 됐다.
중국 투자금 유입이 상당 부분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에 새 제한 조치가 처음 적용된 지난 16일 샤오미 주식은 장 초반 10%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는 이번 조치에 대해 기존에 없던 차등의결권제가 도입되면서 이 제도에 밝지 못한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올해 최대 IPO(기업공개) 대어로 손꼽히던 샤오미 상장을 홍콩거래소에 빼앗긴 중국 본토 거래소들의 견제 차원에서 나왔다고 분석한다.
홍콩거래소는 상장 규정을 30년 만에 개정해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달 샤오미 상장 유치를 성사시켰다.
차등의결권은 주식 한 주에 동일한 의결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선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꼽힌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올해 들어 중국 증시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외국 투자 자본이 이탈하는 등 중국 본토 증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추가 자본 이탈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직 노무라 증시 부문장인 필리페 에스피나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의 이번 발표는 명백하게 지역 거래소 간의 전투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이번 조치로 비슷한 분야 기업의 시장 평가가치(밸류에이션)에도 영향을 충격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우려 속에서 중국 본토 증시의 벤치마크인 상하이종합지수는 17일 전 거래일보다 0.57% 하락한 2,798.13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1월 29일 장중 고점인 3,587.03보다 22% 가까이 주저앉은 것으로 중국 증시는 이미 대세 하락장인 '베어 마켓'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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