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난민신청' 이란 학생 만나…"법이 포용해 주길"

입력 2018-07-19 09:00   수정 2018-07-19 10:24

조희연 교육감, '난민신청' 이란 학생 만나…"법이 포용해 주길"

"국적에 갇히지 말고 인권 존중해야"…법무부 장관 면담 추진 시사
종교적 이유로 박해 우려돼 난민신청…학교 친구들도 국민청원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종교적 이유로 난민인정을 신청한 이란 국적 중학생을 직접 만나고 법원과 정부에 난민인정을 요청했다.
조 교육감은 19일 오전 송파구 A중학교를 방문해 이 학교에 다니는 이란 국적 난민신청자 B군을 만나 격려했다.
그는 서울시교육감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이란 국적의 서울 학생이 원하는 대로 서울에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법의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한다"면서 "우리 법이 국적의 경계에 갇히지 말고 모든 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포용력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조 교육감은 "난민문제가 '뜨거운 감자'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면서도 "서울시교육청 품에 들어온 B군이 대한민국의 포용력을 느낄 수 있는 법의 판단이 내려지도록 법무부 장관과 면담 등 할 수 있는 일을 기꺼이 하겠다"고 밝혔다.
B군은 2003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나 7살 때인 2010년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다. 초등학교부터 한국에서 다녀 페르시아어보다 한국어가 익숙하다. 학급회장을 여러 번 맡을 만큼 활달한 성격이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교회에 다닌 기독교도이기도 하다. 아버지도 B군의 전도로 2015년 기독교로 개종했다.
이란은 이슬람교도 자녀를 이슬람교도로 간주한다.
그리고 다른 종교로 개종한 '이슬람교도'는 배교(背敎)죄로 처벌한다. 심한 경우 사형까지 이뤄져 국제사회 비난을 받는다.
유엔난민기구 등 국제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이란 기독교도들은 폭행과 괴롭힘, 고문, 학대 등 심각한 박해에 직면해 있다. 이란에서는 법학자들조차 상당수가 재판 없이 배교자를 처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구 99%가 이슬람교도인 이란에서 기독교도는 박해를 받지 않더라도 사회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B군과 아버지도 기독교도가 됐다는 사실을 친척들에게 알린 뒤 친척들과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2016년 난민 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행정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으나 2심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받았다. 심리불속행은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더 판단하지 않고 곧바로 기각하는 처분이다.
아버지의 난민 신청 소송은 진행 중이다. 이 덕분에 B군은 9월까지 합법적으로 체류가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B군의 친구들은 B군이 공정한 심사를 거쳐 난민으로 인정받게 해달라는 국민청원을 냈다. 친구들의 호소는 약 일주일 만인 이날 오전까지 2만9천여명의 지지를 얻었다.
친구들은 "선생님께서 '품 안에 들어온 생명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친구가 떠나는 날을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진다. 친구가 허망하게 가버리면 우리 학교 600명에게 평생 가슴을 누르는 짐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B군과 아버지는 이날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 신청을 다시 할 계획이다. 친구들과 A중학교 교사들도 동행해 응원할 예정이다.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을 난민으로 인정한 사례도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이란인 A씨가 화성외국인보호소를 상대로 낸 난민인정불허처분취소 소송에서 A씨 손을 들어줬다. 법무부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다만 A씨의 경우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기독교를 전도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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