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온 제 친구를 도와주세요"…중학생들의 외침(종합)

입력 2018-07-19 15:44  

"이란에서 온 제 친구를 도와주세요"…중학생들의 외침(종합)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앞 피켓시위…"공정한 심사 받게 해달라"
조희연 교육감, 신분 불안 난민학생에 "셀카 찍자"…학생보호 '뒷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이재영 기자 = "이란에서 온 제 친구를 도와주세요. 친구와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
이란 국적의 한 중학생이 최근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강제로 한국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이자 같은 학교 학생들이 친구를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60여 명은 1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이같이 요구했다.
교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거리로 나선 학생들은 "이 아이의 외침을 들어주세요", "친구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모두가 살기 좋은 대한민국"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집회에 참석한 B양은 "A군은 어릴 때부터 한국에서 자라 사실상 한국인과 다를 바 없다"며 "우리와 함께 잘 지내던 A군이 강제로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B양은 "난민이라고 해서 꼭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가 난민과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A군은 2003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나 7살 때인 2010년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다. 초등학교부터 한국에서 다녀 페르시아어보다 한국어가 익숙하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교회에 다닌 기독교도이기도 하다. 아버지도 A군의 전도로 2015년 기독교로 개종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은 다른 종교로 개종한 '이슬람교도'는 배교(背敎)죄로 형사처벌한다. A군과 아버지도 기독교도가 됐다는 사실을 친척들에게 알린 뒤 친척들과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2016년 난민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행정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으나 2심에서 졌다. 상고했으나 '심리불속행기각'으로 대법원에서는 재판을 받아보지도 못했다.
아버지의 난민신청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A군은 9월까지 합법적으로 체류가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A군 친구들은 A군이 공정한 심사를 거쳐 난민으로 인정받게 해달라는 국민청원을 냈다. 친구들의 호소는 약 일주일 만인 이날 오전까지 2만9천여명의 지지를 얻었다. 이날 A군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다시 난민신청을 냈다.
한편 이날 오전 A군이 다니는 중학교를 찾아 그를 면담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체류 신분이 불안한 난민 학생을 면담하면서도 학생보호에 부주의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A군의 학교 교감은 이날 취재진에 "어제 (교사들이) 퇴근한 뒤 교육감 방문을 통보받았다"고 했다. 교육감과 간담회에 참석한 A군 친구도 "어제 오후 6~7시께 집에 있는데 선생님께 내일 교육감이 오시니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교육감 방문이 전날 급히 결정된 것이다.
급히 성사된 자리여서인지 조 교육감은 실수를 연발했다.
먼저 진행된 학생들과 간담회는 A군이 빠진 채 진행됐다. A군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한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었다.
난민 문제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심하다 보니 학교 측은 간담회를 앞두고 다른 학생들 신상보호에도 상당히 신경 썼다.
학생의 뒷모습을 촬영하는 것도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조 교육감이 학생들이 빠져나간 빈 교실에서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간담회가 시작되자 교육청 소속 사진기사가 학생들과 조 교육감 모습을 촬영했다. 학생들은 뒷모습만 나오도록 조처했지만, 학생들 신상보호에 유의해달라는 학교 측 요청과 배치되는 일이었다.
조 교육감은 A군과 별도면담 후 '셀카'를 찍자고 제안해 학교 관계자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사진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조 교육감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관계자들은 어찌할 줄 몰랐다.
조 교육감이 취재진 앞에서 학교 이름을 언급해 실무자들이 부랴부랴 삭제를 요청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는 현황파악에도 미흡한 모습을 보였으며 A군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도록 도울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도 못했다.
조 교육감이 한 일은 사실상 학생들을 칭찬하고 학생들에게 교육청이 지원해줄 테니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소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 것뿐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A군을 돕는 과정이 대학입시 학생부종합전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A군을 도우면서 배우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취지였지만 교육감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간담회·면담에는 1시간이 채 안 걸렸다. 조 교육감이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힌 시간 등을 빼고 실제 학생들과 마주앉은 시간은 20여분 남짓이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간담회 때 수차례 '다음 일정'을 언급하며 재촉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의 다음 일정은 인근 놀이공원에서 업체 측과 진로체험교육과 관련한 양해협력각서(MOU)를 체결하는 것이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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