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재활용품 뒤섞여 엉망…지역 주민들 뒤처리 '골치'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피서객들이 몰래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강원지역 청정 계곡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강원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 계곡은 화악산 중턱에서부터 맑은 물이 여울져 흘러 가족 단위 피서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피서철을 맞은 요즘에는 하루 평균 1천여 명이 찾는다.
지난해 피서객 방문이 절정에 달할 때(7월 말∼8월 초 휴일)는 5천여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19일 오전 계곡 상류 쪽으로 이어지는 지암리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도로변 곳곳에 쌓인 쓰레기 더미가 악취를 풍겼다.
고기를 굽고 아무렇게나 버린 석쇠를 비롯해 맥주캔, 컵라면 용기 등이 분리수거도 되지 않은 채 쓰레기 봉지에 한데 섞여 있었다.
먹다 남은 음식물도 바닥에 흘러 파리가 꼬였고, 무더위에 악취까지 풍겼다.
불법 야영과 쓰레기 무단 투기를 삼가달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었지만 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도로를 지나 계곡으로 향하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피서객들이 머물다 간 곳곳이 쓰레기는 물론 불을 피운 흔적까지 남아있는 까닭이다.
지암리 이장인 이만구(63)씨는 "지난 주말도 차가 못 다닐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왔다"며 "피서객들이 바위틈이나 숲 속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쓰레기를 버려 이를 치우느라 애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마을 주민들이 방범대를 만들어 쓰레기를 치우지만 힘에 부칠 때는 주변 지역 대학생들이 도와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지암리 계곡 물이 춘천댐을 지나 서울까지 흘러 많은 사람의 식수로 사용되는 사실을 피서객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평소 지암리 쓰레기 수거량은 1주에 0.2t에 불과했다. 하지만 7월 피서철을 맞아 이곳 쓰레기 수거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사북면의 한 청소담당자는 "여름 들어서 쓰레기 수거량이 점차 늘고 있다"며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청소 차량 운행횟수를 늘려나가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 도내 곳곳 휴양지는 어김없이 쓰레기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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