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유럽에서 난민이나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커진 가운데 네덜란드 외교수장이 과거 네덜란드 식민지를 비롯한 다민족 국가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테프 블로크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지난 10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 다문화 사회가 폭력을 낳는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국제기구·단체들에 근무하는 네덜란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블로크 장관은 이들에게 "토착민이 아직 살고 있고 평화롭게 사회적으로 화합하며 사는 다민족·다문화 사회의 사례를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청중 가운데 한 명이 수리남을 거론하자 블로크 장관은 "당신의 낙관적인 의견을 존경한다"면서도 "수리남은 실패한 국가로, 그것은 민족 구성과 많이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블로크 장관은 또 "나는 (르완다의) 후투족과 투치족의 차이는 물론 (이슬람의) 수니파와 시아파의 차이도 알 수 없다"며 "아마도 우리 유전자의 깊숙한 어딘가에서 우리는 소속되고자 하는 '정해진 집단'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수리남은 중남미에 있는 인구 약 56만8천 명의 작은 나라로, 인도·중국·네덜란드계와 흑인 등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네덜란드어를 공용어로 쓰는 수리남은 1975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했다. 비영리단체인 '평화기금'은 수리남을 세계에서 안정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블로크 장관의 발언이 18일 네덜란드 TV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수리남은 물론 네덜란드 정치인도 비판하고 나섰다.
안드레 미시에카바 수리남 국회의원은 "수리남은 강력한 다문화 사회이기 때문에 블로크 장관의 발언은 얼토당토않다"며 "그는 수리남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케이스 페르후번 네덜란드 하원의원은 "블로크 장관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며 "외교장관의 일은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질타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블로크 장관은 파장이 커지자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너무 강한 표현을 썼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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