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저는 외국인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책임과 의무를 어떻게 다할 것인지 생각했어요. 다문화 사회는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라 외국인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일 수도 있죠"
서울 중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다문화센터)에서 통번역지원사로 일하는 몽골 출신의 나랑토야(42) 씨는 두 자녀의 엄마이면서도 어린이집 다문화 아이 돌보미, 외국인을 위한 공동육아나눔터 도우미, 몽골어 자료 번역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꾸준히 해온 '멀티플레이어' 결혼이주여성이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 서울에 정착한 지 14년째인 그는 출산 후 3∼4년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자신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외국인을 위해 일했다.
나랑토야 씨는 19일 서울 중구 다문화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결혼·출산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사회 활동을 하는 몽골 사회의 문화를 꼽았다.
그는 "몽골에서는 아이를 낳아도 당연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집에 가만히 있을 성격도 아니다"며 웃었다.
현재 나랑토야 씨가 일하고 있는 다문화센터는 여성가족부와 중구청의 위탁을 받아 동국대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가족 단위 상담 및 교육, 아이 돌봄 지원사업, 다문화가족 사업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나랑토야 씨는 몽골어 통번역지원 이외에도 센터에서 몽골 결혼이민자를 위한 자조모임을 한 달에 두 번씩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센터와 가까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에 몽골타운이 있을 정도로 몽골 출신 외국인이 주변에 많이 살기 때문이다.
그는 "외국인 상담 선생님이 따로 계시지만 입국 초기 외국인들을 위해서는 제가 많은 정보를 제공해드리기도 한다"며 "자조 모임에서는 어떤 내용을 진행할지 구성원들과 상의한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으로 한국에 자리 잡은 그이지만 한국인들의 시선이 불편했던 일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한결같이 '외국인이 한국에서 사는 건 힘들 거야'라고 생각하는데 누구나 삶은 힘들지 않느냐"며 "의사소통에 있어서 조금 불편할 뿐인데 사람들이 다들 어렵고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 우리를 보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다문화 가정을 위한 정책과 사업도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해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우리에게 맞는 정책이 아니라 정책에 우리를 맞춰야 하는 일도 너무 많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동안 해왔던 모든 활동이 뿌듯했다는 나랑토야 씨에게 또 하나의 기쁜 일이 생겼다. 최근 하나금융나눔재단이 주최한 '제10회 하나다문화가정대상'에서 대상인 여성가족부장관상을 받은 것이다.
그는 "첫 지원에 덜컥 대상을 받아버렸다"며 "저 말고 상을 받으신 다른 분들도 모두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겸손해했다.
소외감, 열등감으로 힘들어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해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싶다는 나랑토야 씨는 다문화 사회에 대해 한국인들이 좀 더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다문화 역사가 아주 짧으니 제주 예멘 난민 이슈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건 당연하죠. 접하지 않은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나면 겁이 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글로벌 시대 다문화는 대한민국의 과제예요. 저는 한국 사회의 다문화 1세대고 저희를 통해 다문화 역사가 시작된 만큼 한국 사회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인종·국적·종교와 상관없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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